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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 Sep 06. 2024

발 한 짝 들였을 뿐인데, 돈을 내란다

왜 미국집은 자꾸 문제가 생기는가



지난 글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에어컨' 글자만 봐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사람이다.

글자를 보는 순간 두 달간 고생했던 장면들이 파르르 지나간다. 손해 본 돈도 떠오른다. 그러면 마음이 괜히 찌릿하다. 언젠가는,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한번 나를 괴롭힐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누가 봐도 우울한 표정이 된다. 






지잉-! 

문자로, 에어비앤비 앱으로, 이메일로, 똑같은 메시지가 세 번 울린다. 에어비앤비에서 온 메시지는 늘 반갑지가 않다. 모른척하고 싶다. 하지만 급한 일일 수도 있기에 슬쩍 이메일을 열어본다. 그래야 게스트는 내가 메시지를 본 줄 모르니까. 급하지 않은 일은 바로 처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메일에서 게스트가 남긴 메시지를 찾는다. 거기에 박혀있는 알파벳 두 개. 

AC....... 에이씨..... 

순간 멍하다. 땀이 나는 것도 같다. 내 눈이 거부하는 건지, 노안 때문인지 순간 흐려서 잘 보이질 않는다. 심호흡을 한다. 이겨내야 한다. 읽어야만 한다. 


에어컨이 돌아가지 않는단다.
이번엔 그 집이 아니다. 다른 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슴은 쿵! 내려앉는다. 나는 뭘 기대했던 걸까? 달리 에어컨 가지고 할 얘기가 그거 말고는 없지 않은가. 
이미 저녁 8시가 되었다. 이 시간에 대체 누가 와준단 말인가. 남편은 회의 중이라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구글맵에서 급하게 수리 업체를 찾았다. '24시간'이라는 글자에 속아본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내 눈은 다시 '24hr'를 찾아 빠르게 스캔하고 있었다. 거기에 희망을 걸어야 했다.  





뚜- 신호가 울리고, 사람이 받는다!

사. 람. 이 받는다!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상황을 설명했더니 
당장 와줄 수 있단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진심을 담아 "Thank you!"를 외쳤다. 


게스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1시간 정도 후면 사람이 도착할 거야' 당당하게 썼다. 수리업체 연락처도 함께 남겼다. 뭔가 해낸 것 같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남편 미팅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 얼마나 빠른 해결인지 자랑이란 걸 해야 했다. 


자, 이제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큰 문제가 아니기만 바래야 했다. 휴스턴 집과는 다르게, 여기 에어컨은 실외기가 바닥에 놓여있었고 연식도 더 낮았다. 그러니 제발 작은 문제일 거라고, 두 손 모아 빌었다. 


에어컨 기사는 10시가 넘어 도착했다. 도착했다는 연락을 남긴 후 15분 정도 지났을까?!  

"에어컨 문제가 아니라 전기 문제인 것 같아"

그 말을 나에게 전하고 그는 집을 떠났다. $150달러가 결제되었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전혀 아깝지 않았다. 밤에 달려와 준 것치고 소소한 금액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에어컨 문제보다는 전기 문제가 낫지 않은가? 




다음 날 아침, 남편이 전기공을 수소문했다. 예약도 무사히 했다. 

그는 약속된 시간에 집에 도착했다. 고맙게도, 딱 맞춰 도착했다. 일이 술술 풀리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보다 한 시간 전, 이미 콘도에는 다른 전기공이 와있었다. 콘도 전체에 에어컨이 되지 않는 문제 때문에, 일반 전기는 문제가 없었지만 에어컨과 연결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랬다. 우리 집만 에어컨이 안 되었던 게 아니다. 남편과 나는 콘도 측에서 받은 이메일이 없었고, 그곳에 살지도 않으니 그런 상황을 몰랐다. 

이미 집안에 발을 들였으니 돈을
내야 했다.

"그럼 에어컨 작동하는 것만 확인하고 가줘"라는 남편의 말에, 그는 그렇게 했다. 집안 소파에 가만 앉아 한 시간쯤 기다렸다. 뭘 했는지는 모른다.  


그가 떠난 뒤, 드르륵 핸드폰이 진동한다. 문자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344.33 달러가 결제되었다는 문자가.







예상치 못한 비용
- 에어컨 수리기사 방문 : 150불 (20만원)

- 전기 기사 방문 : 344불 (46만원) 


비용을 아끼는 팁
미국에 살아보면 여기저기 돈 참 많이 들어간다. 사람의 품이 들어가면 무조건 비싼 게 미국이다. 하지만 
아끼는 방법이 있다. 


'TaskRabbit'이라는 앱이 있다. 거기엔 배관 관련 문제, 가수 조립, 청소, 페인트, 정리, 소소한 수리들, 전기 관련 문제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다. 
주소를 입력하고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해당 지역에서 업무가 가능한 사람들의 리스트가 나온다. 그들의 
리뷰와 시간당 비용을 보고 간단하게 예약을 잡을 수 있다. 훨씬 저렴하고, 내가 정한 시간에 나타난다. (우리 동네 기준으로 배관공의 경우 시간당 $40-55정도, 가구 조립은 시간당 $25-45정도이며, 서비스 수수료는 따로 지불해야 한다) 


이 서비스는 안타깝게도 모든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작은 도시는 내가 했던 것처럼 구글맵이나 구글에서 사람을 찾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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