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차를 안 쓸 수도 없고
오늘 동네 마트에 있는 주유소는 가장 저렴한 게 갤런당 2.56이었다.
(늘 그것만 봐서 다른 등급은 모른다)
좀 내린 거다. 이 정도면 내 아틀라스 차에 빨간불이 들어올 즈음 만땅으로 채워도 40불(5만 3천원) 언저리밖에 들지 않는다. 비쌀 때도 3불이 조금 넘는 정도다.
그래서 처음 캘리포니아에서 왔을 때만 해도 2불대의 가격에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전에 살던 동네를 찾아보니 지금 저렴한 곳이 갤런당 4.8불 정도다. 더 치솟을 때도 있었겠지만 지금 가격은 3년 전 내가 떠날 때랑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때 내 차는 오딧세이였는데 만땅으로 채우면 80불(11만원)도 더 들었다. 같은 차를 텍사스에서 주유하면 50불(6만 7천원) 정도였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주유할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왔는데, 여기서는 도로를 누비고 다니는 게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그런데 참 이상하단 말이다.
분명 기름값이 싸졌는데, 도로에 뿌리는 돈은 캘리포니아나 여기나 비슷한 게 아닌가?
아니, 더 들어갈 수도 있겠다!
올 2월에 쓴 가계부를 보면 '차량유지' 항목에 471불(63만 원)이 들었다. 3월은 403불(55만 원)이다.
3월 가계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주유만 6번이다. 남편 차는 테슬라이기 때문에 주유를 하지 않는다. 오롯이 나 혼자 주유한 게 6번이다. 주유비는 총 265불(36만 원)이 나갔으니 평균 44불(6만 원)이 든 셈이다. 6번치고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다른 비용이 있다. 바로 고속도로 톨비. 30불이 채워질 때마다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시스템인데 4번 돈이 빠져나갔다. 총 120불(16만 원)이 든 셈이다.
한 달에 주유를 6번이나 해야 했던 이유
처음에 휴스턴에 집을 구할 때, 마트나 도서관같이 내가 자주 가던 곳들을 찾아봤었다. '오 타겟(Target)까지 9분이면 여기랑 똑같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똑같이 9분은 맞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 타겟(Target)을 찍고 가는데 이상하게 멀게 느껴지는 거다. 분명 9분은 맞는데 도로를 길게 늘어뜨린 이 기분은 뭐지 했다. 그래서인지 남은 시간도 느리게 줄어드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다시 네비를 켰다. 확실히 캘리보다 거리가 멀었다. 캘리에서는 9분 동안 2.5마일 갈 수 있었지만, 이 동네에서는 9분 동안 4.1마일을 갈 수 있었다. 그 차이였다.
주말에는 35분 거리에 있는 배드민턴장으로 라이드를 간다. 35분이면 서울에서는 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35분이면 24마일(39km)을 달릴 수 있다. 왕복하면 48마일(78km)이고,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동안 두 번을 왕복하면 가뿐하게 96마일(155km)이 된다. 기름값은 싸지만 땅이 넓으니 그렇다.
둘째의 수학 학원까지는 5.7마일(9.2km), 막내 드라마 학원까지도 5.6마일(9km)이다. 주중에 아들 둘이 수업 듣는 배드민턴장은 9.3마일(15km)이고, 막내의 Stem 수업을 듣는 곳은 8마일(13km)이다. 가장 가까운 막내 아트 학원은 3.3마일(5.3km)이다.
편도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일주일간 세 아이의 라이드 하는 거리를 합해보니 188마일(302km)다. 애들 라이드만 한 게 그렇고, 최소로 잡은 거다.
그렇기에 캘리에서는 열흘에 한 번씩 주유했지만, 여기 온 뒤로 최소 일주일에 한 번, 빠르면 4일에 한 번도 하는 거다.
고속도로 톨비가 너무 아까워서
위에서 말한 35분 거리의 배드민턴장에 갈 때는, 보통 유료도로를 지난다. 휴스턴을 크게 둘러싸고 있는 99번 도로다. 나는 그 도로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사실 무료도로보다 유료도로가 더 많은 곳이 여기다. 돈이 많아서인지, 돈을 벌려고 하는 건지 사방이 공사판이다.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 집이 무더기로 지어지고, 사람들이 많아져 교통체증이 생기면, 주변의 고속도로도 함께 늘린다.
35분 거리의 그곳을 구글맵에 찍는다. 길은 단순하지만 교통 상황을 알아야 한다. 은근히 막히는 구간이 있다. 구글맵은 오늘도 세 가지 옵션을 알려준다.
1. 3.73불을 내야 하지만 가장 시간이 짧게 걸리는 길
2. 그보다 2-3분이 더 길어지지만 2.46불만 내면 되는 길
3. 1번보다 10분이 더 길지만 무료인 길 (하지만 가다 보면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마법을 보여준다)
보통 나는 2번을 이용하고, 혼자 여유 있게 갈 때는 3번을 이용한다. 아이를 픽업하고 드랍하며 두 번을 왕복하면 톨비만 9.84불(1만 3천원)이 나간다. 다른 때도 마찬가지다. 휴스턴 시내에 있는 에어비앤비집에 다녀오면 왕복 8.64불(1만 천원)이 들며, 호숫가에 있는 에어비엔비 집에 다녀오면 왕복 19.48불(2만 6천 원)이 든다.
남편의 출퇴근 길도, 나의 다른 라이드에도 톨비가 든다. 톨비가 너무 아까워서 유료도로를 피해 조금씩 돌아서 가지만 그래도 한 달에 120불(16만 원) 우습게 나간다.
예상되는 비용
- 차 한대당 매주 주유를 한다면 180불을 잡으면 된다. 차량마다 다르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 부부가 각자 한 대씩 몬다면, 360불 정도를 주유비로 잡는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추가 비용
- 야금야금 나가는 톨비를 모으면 꽤 된다. 그렇기에 고속도로 위에 설 때마다 고민한다. 빠르게 고속도로로 갈지, 샛길로 새서 시간을 버리는 대신 돈을 아낄지.
- 참고로 무료도로라 할지라도 빨리 가는 길은 돈을 따로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