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조금 줄고 있습니다
'화요일 연재'가 의미하는 건, 텍사스 시간으로 화요일 오전 10시 전까지는 글을 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화요일 오전에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월요일에는 미리 써두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럼 월요일에 잰 몸무게가 최종 데이터가 된다는 거다. 주말을 지낸 바로 다음에 말이다.
주말은 위험하다.
하필이면 이번주에 둘째 생일이 있었다. 케이크도 같이 불어야 했고, 엄마니까 한 조각 정도는 함께 입에 넣어야 했다. 토요일에는 가족 식사를 했으며, 그게 또 기가 막히게 맛이 있었다.
일요일에는 가볍게 배를 유지해야지 마음먹었으나, 하필 또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다. 놀러 오라고. 이번에 못 보면 내년에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밥 하기 싫어서, 오랜만이라 반가워서, 놀고 싶어서, 아니 그냥 보고 싶어서 신이 나서 달려갔다.
내 앞에 놓인 잔에 와인이 채워졌다. 한 모금 꼴깍. 기분 좋은 자리라 그런지 쑥 넘어갔다. 여러 잔을 마셨다. 이내 평소에 붙들어 매고 있던 정신은 느슨해진다. 그러면 나는 달린다. 술이 아니라 음식으로. 일주일간 노력은 안녕하고, 내일 연재글을 올려야 하는 사실도 기억 저 편에 묻어버린다. 일단 즐겨! 모드가 된다.
일주일간 노력, 하긴 했다.
사실 나는 꽤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조금씩? 그런 거 해봤지만 맞지 않는다. 야금야금 다시 느슨해지니까. 작은 습관으로 큰 습관을 만들기? 됐다. 그냥 정신 차리고 한 번에 다 하는 게 낫다.
의식하지 않으면 평소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다. 음식이나 커피로 수분을 채우는 편이다. 물 마시면 속부터 안 좋다. 그래도 여러모로 물마시 기는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일주일간 의식하고 조금씩 마시고 있다. 물배 찬다고 맥주도 선호하지 않는 나지만, 꾹 참고 작은 컵을 다 비우기도 했다.
저녁을 일찍 먹고, 늦게 자는 버릇이 있다. 그러면 당연히 배가 고프고, 나는 배고픈걸 잘 참지 못한다. 그래서 '있다가 먹을지도 모르니까' 양치를 미뤘고, 그 덕에 뭐 하나라도 입에 넣었다.
하지만 이제 참아야 했다. 저녁부터 정신을 바짝 세운다. 이제 더는 없다고, 이게 오늘의 마지막 음식이라고 나의 뇌에게 말한다. 양치를 해버린다. 포기하니까 배고파도 참을 만했다.
납득을 해야 움직이는 편이다. <해독 혁명>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나를 납득시키기에 적당한 책이다. 왜 알코올이 좋지 않은지, 왜 설탕과 밀가루가 해가 되는지, 왜 이런 채소를 먹어야 하는지, 왜 물 마시는 게 필요한지 등 대강 이해했다. 이 정도면 된다.
책에서는 십자화과 채소를 추천한다. 색도 여러 가지 섞어 먹는 게 좋다고 하고. 십자화과 채소 중,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것부터 먹고 있다.
전에 당 측정기를 몸에 부착한 적이 있다. 식사를 하면 그래프가 바로 치솟기 시작하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야식을 먹고 자면, 밤새 오르락내리락하느라 몸이 바쁘다) 당을 내리기 위해 식사 후 바로 걸으라는 이야기가 그제야 와닿았다.
바쁘게 움직이다가, 배가 지나치게 고픈 상태에 다달아서야 점심을 먹고는 했다. 먹자마자 누워버렸다. 아이들 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자려고 잠도 잤다. 요즘엔 밥 먹자마자 집안일을 하려고 한다. 에너지가 없으면 짧게라도 움직인다.
예전에 다이어트 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샐러드가 맛있어서 먹었다. 억지로 먹었던 게 아니다. 식사가 엉망이 된 이후에는 야채가 싫어졌다. 먹으려고 '노력'하니 스트레스가 되었다. 다시 야채와 친해져야 했다. 요즘은 단백질을 좀 더 가까이하고, 몸에 좋지 않다는 건 조금씩 멀어지려고 노력 중이다.
아침식사를 고정했다. 커다란 접시에는 계란 프라이 두 개와, 셀러리 혹은 초록사과, 피넛버터가 놓여있다. 계란도, 피넛버터도 내가 좋아하는 거다. 이렇게 먹으면 꽤 든든해서 점심을 늦게 먹어도 괜찮았다.
나를 위해 따로 음식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다만 두부김치가 주 메뉴라면 밥을 빼고 두부에만 곁들였고, 삼겹살도 밥은 빼고 야채에 쌈으로 먹었다.
운동은 아직이다. 작은 것부터 하기로 했다. 바로 시계 차기. 아침부터 시계를 차면, 내가 하루에 얼마나 움직이는지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더 움직이는 편이다.
PT를 받았었는데, 할 때마다 너무나 힘들어서 끊어 놓은 것까지만 하고 그만뒀다. 한 번 갔다 올 때마다 며칠 몸이 아팠다.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 싫고, 재미도 없었다. 지난주 수요일, 마지막 PT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자리를 떴다. 대신 근처에 스포츠센터를 끊고, 수업을 들어볼까 한다.
여하튼 그러면 뭐 하느냐 말이다. 주말에 망했는데!
월요일 몸무게를 쟀다. 역시나 조금 올랐다. 이건 조금 억울했다.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꾸욱 참고, 여기 시간으로 오늘 새벽(한국은 화요일 저녁)에 눈을 뜨자마자 몸무게를 쟀다. 드디어 57kg에 진입했다. 급하게 빼는 걸 원하는 건 아니지만, 숫자보다 눈바디가 중요하지만, 숫자가 좀 줄어야 재미는 있다. 그래서 이번주에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