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다 내 잘못이지 뭐
새벽 5시 50분.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알람이 울린다.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도시락을 싸고, 첫째를 깨워 아침을 차린다. 토너먼트에 갔다가 새벽 1시 30분에 들어온 이 아이는 비몽사몽이다. 잠은 오고, 아직 하늘이 어둡지만 학교는 가야 한다. 6시 35분, 아이가 자전거에 오른다. 오늘은 문득 안쓰러워 뒷모습을 한참 바라본다.
막내가 깨려면 13분이 남았다. 몸무게를 지금 재볼까?
오늘은 몇이나 나올까. 어제 가볍게 먹었지만, 아마도 그랬던 것 같지만, 오늘은 배가 유난히 무거운 느낌이다. 생리 때가 다가오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그쪽은 아니다. 배에 뭐가 가득 들어찬 느낌이다.
(나중에 다시 확인하니 따로 차리기가 귀찮아서 저녁에 볶음밥 먹었더군요)
조심히 안방으로 들어간다. 시계, 바지, 티셔츠. 걸친 것들을 하나씩 몸에서 떼어낸다.
핸드폰으로 체중계 앱을 켜고, 한 발씩 체중계 위에 올린다.
지금 내 몸무게는 어떻게 되니? 물었다.
잠시의 정적 끝에 체중계가 답한다.
너 58.15kg이라고.
이런!
지난주에는 몇이었더라? 급히 브런치 앱을 열어본다.
57.8kg이었다.
오늘 연재글을 올려야 하는데, 지난주에 7이 찍혀서 기뻐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난주보다 0.35나 더 나간다! 아침부터 일부러 물 한잔 마시지 않았는데, 까놓은 귤도 참았는데, 어제는 그래도 58이더니,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볶음밥이라고...)
이래 가지고 무슨 연재글을 쓸 수 있을까. 분명 야채도 많이 먹었고, 다이어트 직전에 사다 놓은 한국 과자 박스들은 손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끝. 운동을 하지도 않았고, 다른 건 없다. 쓸 말이 없다.
그래도, 부끄러우니까 조금이라도 낮춰보고 글을 써야겠다.
막내가 일어나고, 아침을 차려주고, 같이 길을 나선다. 스쿨버스 타는 곳까지 함께 걷는다. 내 목적은 하나다. 좀 걷고, 움직여서 배 안에 가득 든 그것을 밀어내는 일. 그 후에 다시 체중계와 심도 깊은 대화를 좀 해야겠다.
다시 시계를 푼다. 몸을 최대한 가볍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체중계에게 묻는다. 나 좀 내려갔냐고.
그는 58kg이 됐다고 답한다.
선방했다. 57대로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줄였으니까.
사실 아침부터 집에서 사부작거리고 움직였더니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현재 벌써 4,400보가 넘었다. 집을 치우고, 주방도 정리하고, 온 집에 있는 빨래를 모아 두 번이나 돌렸다. 매트리스 커버를 벗기고 청소도 했다.
개운한 마음으로 주방을 지나가다가 깜짝 놀랐다. 9시 57분.
여기 오전 10시까지 올려야 했는데, 놓쳐버렸다. 역시 미리 써야했다!
다음주에는 운동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내장지방이 2에서 7로 올랐던 이유, 그리고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운동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