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지방 7은 너무하잖아
외면했던 체중계를 꺼냈다.
두 손으로 번쩍 안아 거실로 데리고 갔다.
가만 뒤집어 놓고, 가운데 까만색 버튼을 눌러 작은 뚜껑을 연다. 나란히 놓여있던 AAA 배터리 세 개를 손톱으로 꺼냈다. 휴.. 작은 한숨이 나온다. 마음이 이상하다. 배가 꽉 찬 배터리를 가만 끼워 넣었다.
안방으로 다시 데려간다. 아무도 없는 안방 옷장으로. 체중계 앱을 켜고 '다시 시작'이라는 이름을 새로 추가했다. 과거는 다 버리기로 했다. 내장지방 2였던 그날을 돌아봐서 뭐하겠는가.
조금이라도 무게가 나가는 모든 것을 몸에서 떼어낸다. 재보자. 똑바로 보자. 이번엔 큰 숨을 한 번 쉬고 가만 올라갔다.
똑바로.... 봤다. 믿을 수 없는 숫자를.
그래 요즘 좀 이상하긴 했다.
원피스를 입고 걷는데, 허벅지 윗 쪽이 서로 달라붙어 땀이 났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운전할 때도 그랬다. 치마를 가운데 눌러 바지처럼 만들어야 했다. 달라붙지 않도록.
오늘은 미용실에 갔다. 거울을 정면을 응시했는데 턱이 두 개가 된 게 보였다. 조금도 숙이지 않았는데...
내 몸에서 엄마가 자꾸 겹쳐 보였다. 내가 꼬마시절, 날씬했던 엄마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몸이 변했다. 원래 동그스름한 얼굴은 살이 붙어 완벽한 원이 되었다. 다리는 여전히 살이 없는데 상체가... 배가.. 많이 나왔다. 갱년기 이후에 급격히 쪘다고 했다.
'난 갱년기도 아닌데 벌써 이러면 어쩌지?' 엄마와 달리 나는 온몸에 골고루 살이 붙었다. 목에도, 머리통에도 살이 느껴질 정도다. 결혼반지는 손가락에서 빠지지 않는다.
체중 58.6kg, 체지방률 27.4%, 내장지방 7
예전에 다이어트 시작했을 때 딱 이 몸무게였다. 48까지 빠졌던 몸은 정확히 원상복귀를 한 셈이다. 3년 반 만이다.
무섭다. 애들 키우고 신나게 놀아야 하는데... 이러다가는 나중에 잘 걷지도 못할 것 같다.
안 되겠다.
뭐라도 해야겠다.
내장지방 7은 너무하지 않은가?
6으로, 5로, 4로, 3까지는 가봐야겠다.
책임감은 좀 강한 편이니 연재라도 하면 뭐라도 하지 싶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