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토너먼트장에서의 생각 08
사람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살까?
토너먼트장에 앉아 노트를 펴고 메모를 시작했다.
하루 동안 스쳐간 무수한 생각 중 23개가 노트에 담겼다.
잊힐 수밖에 없는 '생각'들을 메모로, 다시 글로, 붙잡아 두기로 했다.
아이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이거다.
'앞에 다 잊어버리고, 다음 한 점에만 집중해'
똑같은 아이 둘이 경기를 하더라도
어떤 날은 21:7로 A가 이기기도 하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 21:18로 B가 이기도 하는 게 배드민턴 경기다.
실력 차이가 크다면 승패는 분명히 드러나겠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다면, 집중력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바로 다음 한 점에 대한 집중력.
큰 차이로 지고 있다고 포기해 버리면 분명히 진다.
'질 거야'라는 생각은 몸을 더 느리게 만들 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큰 차이로 이기고 있다고 마음을 놓아버리면 그 점수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
흐려진 집중력 틈으로 상대가 집요하게 파고들 줄 누가 알겠는가.
때문에 이기고 있어도, 지고 있어도 그 이전 점수는 잊고 딱 한 점에만 집중해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잘 나가고 있다고 거기에 취해버린다면 거기가 끝일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바닥 같다고 지레 포기하고 주저앉아버리면 그곳이 분명히 끝이 된다.
그러니 인생도 배드민턴처럼 지금에만, 바로 다음 한 점에만 집중해 보면 어떨까.
그 끝이 실패일지라도, 인생 한번 제대로 놀아본 다음에 후회는 남지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