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리스틱은 패턴 인식이다

휴리스틱의 유래와 유형

by 책쓰는 홍보강사

휴리스틱(heuristic)이란 ‘논리적 추론’이 아닌 ‘직관적 판단’을 말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는 생존을 위해 주위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대처하는 ‘패턴 인식’ 능력을 키워왔다. 이유는 원시시대 수렵 채집 활동 시 맹수 출현 등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맹수의 무서운 모습이나 으르렁대는 소리를 패턴 인식을 통해 재빨리 파악하고 민첩하게 대처해야 했다. 위험 상황에 맞닥뜨릴 때,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했다면, 이미 맹수의 밥이 되었을 것이다. 패턴 인식 방법이 바로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직관적 판단’이며, 휴리스틱이다.


휴리스틱 이론은 1974년에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대니얼 카너만(Daniel Kahneman)이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 내리기: 휴리스틱과 편향(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 논문에서 처음 다뤘다. 휴리스틱은 크게 대표성 휴리스틱, 상기가능성 휴리스틱, 기준점 휴리스틱, 감정 휴리스틱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표성 휴리스틱 ▎


김자유 씨는 36세 비혼 남자다. 머리는 어깨까지 길고 파마를 했으며, 수염을 살짝 길렀다. 김 씨는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쓰고 있고, 주로 청바지와 가죽재킷을 즐겨 입는다. 평소 말이 별로 없고, 과묵한 편이다.

김자유 씨의 직업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① 변호사 ② 은행원 ③ 록커(rocker)


대부분 사람은 김자유 씨를 록커로 생각할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할까? 이유는 위 묘사가 우리의 인식 속에 록커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머리는 길게 파마를 하고 있고 선글라스와 가죽재킷을 입고 있는 모습. 록커는 보통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고 우리의 인식에 있다. 이에 비해, 변호사나 은행원은 단정한 머리에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인식이 그렇다.


우리는 이렇게 과거 경험에 의해 고정관념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를 스키마(schema)라 한다. 스키마는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이나 구조화된 지식을 말한다. 예전에 록커를 봤는데, 대부분 록커가 ‘머리는 길게 파마를 하고 있고 선글라스와 가죽재킷을 입고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록커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스키마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것을 민첩하게 판단할 때 사용하는 휴리스틱으로 자신이 확보한 스키마를 대표로 간주하고 현 상황에 맞춰보는 방법이다. 현 상황의 ‘머리는 길게 파마를 하고 있고 선글라스와 가죽재킷을 입고 있는’이라는 패턴은 기존에 확보한 ‘록커’라는 스키마의 대표성과 연결하게 된다.


한마디로 대표성 휴리스틱은 고정관념이자 스키마다. 그럼, 홍보, 광고, 마케팅에서 어떻게 대표성 휴리스틱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필자는 대표성 휴리스틱을 대표 브랜드, 시각적 대표성, 사회적 증거, 가격과 품질 등 4개 유형으로 나눠 설명할 계획이다.



▎상기가능성 휴리스틱 ▎


작곡가 송사랑 씨는 신인 가수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이번 오디션 참가자는 10명이며, 이 중 최고 점수를 받은 1명의 신인 가수를 선정해야 한다. 송 씨는 평소와 다르게 10명의 노래를 모두 듣고 평가를 했다. 그런데 점수를 매겨보니, 주로 뒤 참가자인 8, 9, 10번 참가자들 점수가 유독 높았다. 송 씨는 오류를 범했다.


송 씨는 어떤 오류를 범했을까?

송사랑 씨는 10명 참가자의 무대를 모두 마치고 한꺼번에 평가점수를 주면서 오류를 범했다. 뒤 참가자의 노래는 쉽게 기억나는데, 앞 참가자들의 노래가 잘 기억나지 않았다. 8, 9, 10번 참가자들이 불렀던 노래들이 잘 기억되다 보니 앞번호 참가자들보다 뒷번호 참가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게 되었다. 상기가능성 휴리스틱의 하나다.


상기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것을 민첩하게 판단할 때, 그와 관련된 기억이 얼마나 쉽고 빠르게 떠오르는가를 말한다. 즉, 기억을 되살리는 상기(想起)하는 일이다. 송 씨가 평점을 줄 때, 최근에 들었던 노래가 더 쉽고 빠르게 기억난다. 이를 최근효과(recent effect)라 하는데, 정보가 차례대로 제시되는 경우 앞의 내용 보다는 맨 나중에 제시된 내용을 더 많이 기억하는 경향을 말한다.


기업은 자신의 메시지를 소비자가 쉽게 상기하기 위해서, 광고를 반복해서 보여주고, 좀 더 중독성 있는 광고카피를 만들고, 많은 메시지보다는 강력한 한 개의 메시지를 사용한다. 또,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쉽게 기억하게 만들기도 한다. 모두 상기가능성 휴리스틱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 전략이다.


이 역시 홍보, 광고, 마케팅에서 상기가능성 휴리스틱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보려 한다. 상기가능성 휴리스틱을 반복, 중독성, 강력한 한방, 스토리텔링 등 4개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기준점 휴리스틱 ▎


작곡가 송사랑 씨는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또 참가하게 되었다. 이번 오디션은 숨은 토롯가수 선발이다. 송 씨는 트롯가수 심사가 처음이라 어느 정도 점수를 줘야 하는지 난감했다. 그래서 일단 첫 번째 참가자 노래를 들어보기로 했다. 노래를 다 듣고, 송 씨는 점수를 매겼다. 가창력, 노래 해석력, 무대완성도 등을 평가해서 총 86점을 주었다. 그제야 송 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송 씨는 왜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까?

송사랑 씨는 트롯에 대해 심사를 해본 적이 없어 트롯의 수준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다. 이때 최초 참가자의 노래를 듣고 점수를 매겼는데, 이 점수가 기준이 된다. 그래서 최초 참가자의 실력을 86점으로 하고, 이를 기준으로 점수를 더 주거나 덜 주거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송 씨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일종의 기준점 휴리스틱이다.


기준점 휴리스틱(anchoring heuristic)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것을 민첩하게 판단할 때, 최초의 정보를 기준점(anchor)으로 삼아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즉, 최초의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이 기준점을 중심으로 조정하는 일이다. 마치, 배가 닻을 내리면 그 주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효과다. 송 씨가 평가 점수를 줄 때, 최초에 들었던 노래에 86점을 주었다면, 이 86점이 기준점수인 앵커가 된다. 그리고 다음 참가자의 점수를 최초 참가자 86점을 기준으로, 더 잘할 경우는 이보다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못할 경우는 좀 더 낮은 점수를 매기는 경향을 말한다.


기준점 휴리스틱은 위와 같이 평가자가 점수를 줄 때, 기업이 처음 카테고리를 만들고 상품 가격을 책정할 때 작용한다. 최초의 점수와 가격은 후발 점수와 가격에 영향을 줌으로 잘 판단해야 한다.


기준점 휴리스틱 역시 브랜드네임, 슬로건, 태그라인, 비교 등 4개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감정 휴리스틱 ▎


김자유 씨는 록커다. 16년 차 록커지만 재밌게도 별명은 ‘록트롯의 창시자’다. 팬들은 그를 ‘록트롯 창시자 김자유’라 부른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트롯붐이 불자, 심사숙고 끝에 트롯 진출을 시도하기로 마음먹고 ‘숨은 토롯가수 선발전’에 참가했다.


숨은 토롯가수 선발전 심사위원인 작곡가 송사랑 씨는 여기서 김자유 씨를 처음 만났다. 전부터 ‘록트롯 창시자’에 대해 무척 관심이 높았는데, 도대체 얼마나 트롯을 잘하길래 이런 별명을 갖을까, 하고 생각하며 그의 노래를 직접 듣고 싶었다. 막상 그의 무대를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송 씨는 그의 가창력, 노래 해석력, 무대완성도에 흠뻑 매료되었다. 더구나 그가 ‘록트롯 창시자’라니 더 크게 감동했다.


송사랑 씨가 김자유 씨에게 더 매료된 이유는 무엇인가?

어쩌면 심사위원 송사랑 씨는 김자유 씨에게 채점도 하기 전에 이미 후한 점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마음속으로 그랬을 거다. 김자유 씨의 수식어인 ‘록트롯 창시자’에서 송 씨는 이미 ‘김자유는 트롯에 뛰어난 록커야’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거기다 실제로 노래를 들어보고 직접 확인했으니 당연히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정교화 가능성 모델(ELM, Elaboration Likelihood Model)에 따르면, 설득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중심경로(central route)와 주변경로(peripheral route)다. 중심경로는 신중한 사고 과정을 거쳐 설득에 이르지만, 주변경로는 휴리스틱 같은 직관적 판단을 통하는 방법이다. 그중 감정 휴리스틱의 경우가 많다. 중심 메시지보다 주변에 영향을 받는 경우다. 송사랑 씨처럼 가수의 노래보다 가수의 별명, 인기, 분위기, 친근감, 외모 등에 영향을 받아 평가 할 수도 있다.


감정 휴리스틱(affect heuristic)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것을 민첩하게 판단할 때 사용하는 휴리스틱으로 말 그대로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감정적인 판단 방법을 말한다. 휴리스틱 자체가 ‘직관적 판단’이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우리는 감정에 따라 판단하는 일이 훨씬 더 많다. 또, 일반 경제학 이론에서도 사람은 이성적이며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지만, 행동경제학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선택이 절대 똑똑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감정 휴리스틱은 감정적 판단이다. 그럼, 홍보, 광고, 마케팅에서 어떻게 감정 휴리스틱을 활용하고 있는지 사례를 들어 살펴 볼 계획이다. 감정 휴리스틱은 브랜드, 포장디자인, 수식어, 희소가치, 자긍심, 미안함, 공포심 등 유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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