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성 휴리스틱을 활용한 브랜딩 전략 1
“‘세콤 좀 달아주세요’. 글쎄, 제가 캡스 직원인데도 이렇게 말해요.”
필자는 20여 년 전에 ADT캡스에서 홍보팀장으로 근무했다. 당시에 영업부서 직원이 내게 하소연하듯 한 말이다. 고객이 우리 캡스 직원을 보고도 ‘세콤 달아주세요’라고 말한단다. 제발 홍보팀에서 홍보 좀 많이 해서 고객이 ‘캡스 달아주세요’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필자도 답답했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했다. ‘세콤’은 방범보안시스템 카테고리에서 이미 보통명사처럼 쓰이며 대표브랜드로 소비자 머릿속에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김 팀장님, 00일보 박 기자입니다. 개성공단에서는 초코파이가 그렇게 인기라는데요. 잠깐 취재 좀...”
필자가 10여 년 전에는 오리온에서 홍보팀장으로 일했다. 당시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주민들에게 초코파이는 대단한 인기였다. 그들은 간식으로 나눠준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집에 가져가거나 심지어 다시 비싸게 팔기도 했단다. 이런 뉴스가 돌면, 기자들은 어김없이 오리온 홍보팀으로 전화를 건다. 그런데 초코파이는 오리온뿐 아니라 롯데제과와 크라운제과에서도 판매한다. 기자가 오리온에 문의하는 이유는 오리온에서 판매하는 ‘초코파이 정(情)’이 초코파이 카테고리의 대표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세콤’이나 ‘초코파이 정’은 카테고리에서 다른 브랜드를 대표해서 소비자의 머릿속에 대표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소비자가 어떤 카테고리를 생각하면 당연히 한 브랜드를 떠오르는 것은 대표성 휴리스틱 때문이다.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것을 민첩하게 판단할 때 사용하는 휴리스틱으로 자신이 이미 확보한 지식이나 구조화된 스키마(schema)를 대표로 간주하고 현 상황에 맞춰보는 방법이다. 세콤이나 오리온 초코파이처럼 대표화된 브랜드나 보통명사화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강력한 휴리스틱으로 작용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대표성 휴리스틱을 활용해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컨디션 어디 있어요?”
어젯밤 과음으로 숙취에 쌓인 김대리는 편의점에서 이렇게 물어본다. 그리고 판매원이 안내한 숙취해소음료 코너에서 모닝케어를 꺼내 들고 계산대로 와서 계산했다.
김대리는 컨디션을 물어놓고 모닝케어를 샀다. 김대리에게 컨디션은 숙취해소음료의 대표이름인 셈이다. 컨디션이 최초의 숙취해소음료이기 때문에 이 카테고리의 대명사처럼 불리고 있다. 휴리스틱 중 대표성 휴리스틱에 속한다.
컨디션은 대한민국 대표 숙취해소음료로 자리매김했다. CJ헬스케어의 컨디션은 숙취해소음료라는 제품 카테고리가 없었던 1992년에 탄생했다. 당시에는 술을 많이 마셔야 하는 날에는 미리 우유를 한 잔 마시거나 빈속을 미리 채우기 위해 음식을 조금 먹는 정도였고, 과음 후에도 별다른 숙취해소음료 없어서 자양강장제 박카스 정도 마시는 정도였던 시절이다. 컨디션의 탄생으로 ‘숙취해소음료’라는 카테고리를 새롭게 창출하게 되었다.
컨디션이 론칭에 성공하자, 숙취해소음료 시장이 빠르게 열리게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닝케어, 여명808, 레디큐, 깨수깡 등 많은 숙취해소음료가 출시됐다. 하지만 컨디션은 출시 후 30년 동안 1위를 내준 적이 없는 대한민국 No.1 숙취해소음료 브랜드이자 그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보통명사처럼 불리고 있다.
“그래, 이번 어버이날엔 바디프랜드를 선물로 드리자”
‘안마의자’란 카테고리가 생겼다. 사람이 의자에 앉으면 자동으로 안마를 해주는 자동안마의자다. 그 카테고리의 선도자는 바디프랜드다. 김대리는 바디프랜드 대신 휴테크나 코지마를 선물로 구매해서 선물로 드릴 수도 있지만, 그의 머릿속엔 바디프랜드가 그냥 안마의자인 셈이다.
[그림] 오른쪽 이미지의 바디프랜드는 2015년경 격투기 선수 추성훈 가족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대대적인 TV광고를 집행했다. 이때부터 안마의자란 카테고리가 소비자 머릿속에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코지마, 휴테크, 제스파, 리쏘, 웰모아 등 안마의자 시장은 점점 확대되었고, 안마의자의 선도자인 바디프랜드가 대표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더 좋은 제품을 팔기보다는 최초로 시작하는 것이 낫다. 시장을 선점한 사람보다 더 좋은 제품을 갖고 있다고 납득시키기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일이 훨씬 쉬운 것이다.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의 명저 ‘마케팅 불변의 법칙’ 중 첫 번째 법칙인 ‘선도자의 법칙(The Law of Leadership)’이다. 한마디로 ‘더 좋은 것보다 맨 처음이 낫다’는 의미다. 그것도 그냥 ‘시장에 맨 처음’이 아니라, ‘소비자 머릿속에 맨 처음’이어야 한다. ‘소비자 머릿속 맨 처음’이 바로 원조다. 컨디션은 숙취해소음료의 원조,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의 원조다. 물론 이 브랜드보다 더 먼저 나온 브랜드도 있을 수 있지만, 원조로 불리진 않는다. 바로 ‘소비자 머릿속’의 원조가 진짜 원조다.
‘원조(元祖)’란 ‘첫 대의 조상’을 뜻한다. 홍보 마케팅에서는 ‘어떤 사물이나 물건의 최초 시작으로 인정되는 사물이나 물건’으로 보면 된다. 그것도 ‘소비자의 머릿속에 맨 처음 인정되는 사물이나 물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홍보 마케팅에서 왜 원조가 중요할까?
첫째, 소비자 머릿속에 처음 기록된 원조는 지워지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은 ‘첫 번째’를 가장 잘 기억한다. 심지어 한번 기억된 머릿속에 다른 걸 다시 새겨 넣기는 매우 어렵다. 사람의 뇌는 먼저 들어온 강력한 고정관념이 두뇌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두 번째로 들어오는 정보는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들어온 원조 격인 브랜드는 강력하게 박혀있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의 ‘선도자의 법칙’을 강조한 이유다.
둘째, 원조는 그 카테고리를 대표한다.
대표성 휴리스틱이다. 우리의 두뇌에 한 번 자리매김한 기억은 대표가 된다. 즉, 이미 확보한 지식이나 구조화된 스키마를 대표로 간주한다. 여기에 다른 지식이 들어오면 이 대표를 중심으로 맞춰보곤 한다. ‘안마의자가 뭐지?’라고 물으면, 가장 쉬운 답은 ‘응, 바디프랜드!’로 하면 된다.
셋째, 대부분 소비자는 원조를 잘 믿는다.
휴리스틱은 논리적 추론이 아닌 직관적 판단이다. ‘원조’는 직관적 판단을 내리는 대표성 휴리스틱에 속한다. 대부분 소비자는 브랜드를 선택할 때, ‘그래, 이게 원조인데...’하고 신뢰를 갖고 선택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특히 소비자가 제품에 관해 잘 모르면, 원조를 더 잘 선택한다. ‘최소한 원조를 선택하면 기본은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점 상호에 ‘원조 수원왕갈비’, ‘원조 춘천닭갈비’, ‘원조 장춘보쌈’, ‘원조 남원할머니추어탕’ 등 ‘원조’를 많이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