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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와테현와규 Jun 30. 2024

한 달간 직장 탈출하기

로마에서 있었던 일 : 우체국, 관공서

"정말 나에게 소중한 것인데, 너만 괜찮다면 그걸 택배로 보내줄 수 있겠니?"

"한 번 시도해 볼게. 방법을 알려줄래?"


 로마 3박, 몰타 8박, 로마 1박 후에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던 나에게 몰타의 호스텔에서 알게 된 한 이탈리아 남자 사람이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몰타에 두고 갔던 본인의 옷을 로마로 가져와서 택배 붙이기> 

 몰타 8박 중 6박은 호스텔에서, 2박은 멀지 않은 곳의 호텔에서 숙박할 예정이었고 이 부탁을 받았을 때에는 호텔로 막 숙소를 옮겼던 시점이었다. 내가 몰타에 온 지 2일째 되던 날 알게 된 그는 나의 3일째 때 본가인 밀라노로 떠났다. 그런 그는 나에게 인스타로 디엠(디렉트 메시지)을 보냈고 앞으로의 일정을 물었고, 로마에 하루 더 있다 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 바로 부탁을 했다. 호스텔에 너무나 소중한 셔츠를 두고 갔는데 그것을 로마로 가져와서 본인에게 택배로 보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나쁜 부탁은 아니라는 생각에 일단 알겠다고 하고 나의 하루 일정을 이야기해 주며 호스텔에 도착할 시간을 대략 알려주었다. 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모든 순간에 절차가 까다롭다 들었기 때문에 혹시나 통화를 할 일이 생길까 봐였다.

 호스텔에 도착을 하였고, 미리 이야기했던 것과 다르게 그는 연락이 되지 않아 그가 보낸 메시지를 직원에게 보내주며 셔츠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나 정보가 부족했는지 순순히 건네주지는 않았다. 한숨을 쉬며 숙소에서 슬리마에 선착장으로 향했다. 지냈던 호스텔이 은근 고바위에 있어서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 해도 지중해의 햇살을 강하게 받는 곳에 있기에 굳이 갈 이유가 없다면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거기서 짜증이 한 번 났다. 

'분명 내가 연락하겠다고 말을 했는데.'

 헛걸음을 했고 또 한 번 들러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며 선착장으로 가서 발레타(말타의 수도)로 향하는 배를 탔다. (말타에서는 버스나 택시를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을 권장한다. 워낙 거친 길과 운전 때문에 멀미를 안 하는 사람들조차도 고생을 한다.) 배를 타니 갑자기 영상통화가 걸려온다. 짜증이 나서 후딱 끊고 나중에 전화를 받으라고 부탁을 했다.

 기분 좋게 발레타를 다녀온 뒤 다시 숙소에 들렀고 다행히도 무사히 셔츠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후 로마로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상자에 셔츠를 담아서 착불로 해달라고 우체국 직원들에게 부탁을 하면 아주 친절하게~"

 '아주 친절? 정말?'이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본토 사람이 그렇다 하니 그렇겠지 하고 알겠다고 한 뒤 로마로 돌아갔다.


 로마에서는 한인 숙소에서 숙박을 했다. 몇십 년을 로마에 거주하셨던 사장님께 이 상황을 말씀드렸다.

"왜 그런 귀찮은 부탁을 받았어요? 한국과 다르게 외국은 착불이 쉽지 않아요. 된다 하더라도 과정이 복잡하고요. 비용이 발생하면 어떻게 받으실 건데요?"

 맞는 말이다. 하,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상자도 없다. 내가 상자가 없는데 종이봉투에 감싸서 보내도 되냐고 했더니 그 또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우선 나에게는 테이프가 없었고, 당연히 우체국에 가면 있는 줄 알았더니 없다. 판매하는 박스도 없다.

  가까운 우체국을 방문하여 가까스로 번호표를 뽑은 나는 차례가 되자 해당 창구로 갔다. 영어를 조금도 쓸 생각이 없어 보이는 직원은 눈을 위로 한껏 노려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유럽 여행은 언어 때문에 더 힘든데 그렇게 노려보면 나는 뭐 무서워할 줄 알고? 그냥 냅다 전화를 바꿔줬다. 바꿔주니 번호표를 새로 뽑아 준다. 그리고 그 번호표대로 하니 또 다른 곳으로 가게 되고 또 한 번 새로 뽑아야 했다. 헛걸음의 연속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여자직원에게 갔고 그녀 또한 영어를 쓸 생각이 없어 보여 전화를 받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전화도 받기 싫다고 계속 고개를 젓는다. 나의 형편없는 영어로 이탈리아인이니 받아달라 사정을 했고, '이탈리아노?'를 묻던 그녀는 전화를 받고 나더니 안된다 하고 끊었다. 박스가 없으면 안 되고 박스를 사러 근처 다른 마트를 다녀오라고 했다. 황당했다.

 "저기, 여기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너무 느려. 그리고 너의 택배 못 보낸데. 이 근처에 마트도 없어."

 "I see that you are fluent in italian now."

 이건 또 뭔 소리야. 무슨 동문서답을... 너무 화가 난 나는 더 이상 못한다고 말을 했고 그랬더니 방법은 하나라며 셔츠를 집으로 가져가라 한다. 그 셔츠로 인해 말타에서의 기억을 추억할 수 있고 가끔은 입으라 한다. 그 순간 너무 화가 났다. 내가 본인이랑 무슨 추억이 있어서 외간남자 셔츠를 집에 가져가야 하고, 심지어 아침부터 헛걸음을 시킨 이 8시간 밖에 안 본 사람이 너무 짜증이 났다. 지는 어지간히 여유가 넘치지만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고 남은 시간 좀 더 내 시간을 즐기려고 했건만 그것을 망쳤다는 것이 화가 났다. 그러니 하는 말이 "어떤 목적을 향하는 데에는 장애물이 존재한다."라고 말을 하는데 진짜 머리 뚜껑이 열릴 뻔했다.


 본인 스스로는 아주 행복할 것 같은데 나에게는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경험이었다. 


 이후 출국 과정에서 목격했는데 항공사 직원이 앞의 손님들 물병을 거의 냅다 던지듯이 했다. 물병의 주인은 그것을 주으러 가야 했고 황당했다. 물론 친절을 강요하는 것이 좋은 건 아닌데 그렇다고 저렇게 던져야 하는가?

 가만히 보면 친구들이나 지인들끼리는 한없이 여유롭고 친절한데 관공서 직원들은 필요 이상으로 불친절한 것 같다. 친절을 강요하는 우리나라의 문제인 것을까? 그리고 성격 급하고 일정 차질에 예민한 나의 문제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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