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후회는 없다

-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ADHD를 안고 살아간다

by 서니온

"아유~~ 예뽀라~~ 울 콩알이 너무 예쁘네.

말티즈 중에서 우리 콩알이가 제일 예쁠 거야. 그치?"


"흥! 콩알, 엄마가 예뻐해 주니까 니가 뭐라도 된 줄 알지?

오빠가 받아야 될 사랑을 다 뺏아가고 말이야."


아버님 반려견 콩알이랑 꽁냥꽁냥 놀고 있으려니

옆에 있던 아들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런 녀석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느새 엄마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이 낯설면서도

언뜻언뜻 아기 때 모습이 겹쳐 보여 사랑스럽다.


엄마와 오빠 사이에서 기를 못 펴고 안으로만 곪아 있던 딸도

이제는 한 마디 할라치면 따박따박 열 마디를 맞받아친다.


이런 소소한 변화들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질 때가 있다.

20년이란 긴 시간 돌고 돌아 마침내 편안함에 이른 것일까.




세월 참 빠르다.

재작년에 남매둥이가 나란히 대학생이 되었다.

처음으로 집 떠나 기숙사 생활하면서

학교 잘 다닐까 싶었는데

둘 다 용케 1학년을 마쳤다.


오히려 몸이 멀어지니 마음은 애틋하고 살가워졌다.

ADHD로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애간장을 태웠던 아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꿈인지 생시인지 잠시 멍해지기도 한다.


그동안 쉴 틈 없이 일이 터질 때마다

내 심장도 내려앉곤 했다.

제발 고등학교까지만 무사히 졸업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갖은 용을 써가며 끈질기게 버텨낸 보람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언제부턴가 꽉 닫혀 있던 아들의 방문이

빼꼼히 열려 있다.

반항심과 공격성도 현저히 줄었다.

순간 화가 나더라도 전처럼 선을 넘지 않는다.

씩 웃으며 능청스럽게 사과하는 센스도 생겼다.


츤데레처럼 은근히 할아버지랑 여동생도 챙긴다.

새벽 알바를 해서 모은 돈을 엄마에게 툭 건네기도 한다.

친구들 싸움을 화해시키려고 중간에서 애쓰는 모습을 보고는

혼자 실소를 터뜨렸던 기억도 난다.

정말 많이 컸다.


하지만 아들은 여전히 ADHD를 안고 있다.

문제는 주의력 결핍과 충동성이다.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해나가는 것이 어렵다.

대화를 할 때에도

눈을 보며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

툭툭 자신의 말만 내뱉는다.


지금도 핸드폰과 패드를 한 몸처럼 끼고 있다.

좀처럼 실력도 늘지 않는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손톱, 발톱을 이로 잘근잘근 물어뜯는 버릇도 그대로다.


AI가 점점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현실 앞에서

아들의 장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부작용 때문에 약물치료를 중단한 것이

부모로서 과연 옳은 결정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꾸준히 약을 먹었더라면 ○○이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항상 미련이 남는다.

하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믿기에 후회는 없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를 살아갈 뿐이다.


반백 넘어 가족 간의 엉킨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자

이제야 세상살이가 겨우 살만해졌다.

앞으로도 갈 길은 멀겠지만

더 이상 두렵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