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도를 마치고 함께 다시 자라는 중
브런치만 먹으러 다닐 줄 알았던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다니...
에필로그를 쓰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몸도 마음도 시렸던 지난겨울, 첫 연재북을 시작했다.
과연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오랜 시간 일기처럼 끄적였던 블로그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프롤로그 발행 버튼을 누른 직후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하다.
조회수와 라이킷이 늘어갈수록 서서히 긴장이 풀렸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반백 넘어 '서니온'이라는 필명도 생겼다.
철없던 어린 시절, 부모님 밑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잘 살았다.
하지만 결혼 후 순식간에 모든 것이 달라져버렸다.
내 나이 서른과 마흔은 마치 악몽과도 같았다.
매일 아침 눈 뜰 때마다, 간절히 새날을 고대했지만
그 악몽은 20년간이나 지속되었다.
이미 흘러간 옛일이라 여겼다.
이제는 과거를 훌훌 털어내었다고 자부했다.
마음속에서도 이미 정리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연재북을 통해 알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비로소 오랜 불행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걸.
겨울 속에 이미 봄이 와있듯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은 늘 공존한다.
관심을 갖고 자세히 살펴보아야 알 수 있는 진실이다.
내 마음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내어 조용히 들여다보아야 알아차림할 수 있다.
매회 글을 올리면서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되살아났다.
갑자기 목이 메이기도 하고 울컥 울음을 쏟아내기도 했다.
무작정 생각나는 대로 써놓은 글을 수차례 읽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부끄러운 개인사를 글로 옮기면서
가슴 깊은 곳 앙금 찌꺼기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나를 괴롭혔던 상실감이여, 이젠 진짜 안녕.
길고 지난했던 애도의 과정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인생이다.
내 곁의 소중한 인연과 같이 헤쳐나간다면
삶의 과정 또한 마냥 무섭고 외롭지만은 않으리라.
우리는 오늘도 다시 함께 자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