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발화 자폐 아이와 의사소통 (1)
조용히 해.
시끄러워.
속으로 생각해.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말하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한다. 잠시도 쉬지 않고 말하는 걸 보면 아주 가끔은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 말이 주는 순화적 기능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수다스러운 쪽에 가까웠고, 말하는 걸 즐겼으니 되려 말을 아끼지 않은 것을 반성했지, 말하는 게 무엇이 좋을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첫째 아이는 자폐성 장애를 진단받았다.
자폐성 장애의 증상과 기능이 어찌나 다양한지, 미국 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명명하고 있다.
아이는 서번트 증후군(특정 영역에 재능을 보이는 모습)은 없으며, 가끔 말을 하긴 하나 단단어나 친숙한 2 어절 표현을 하기는 하지만 그 빈도가 낮아 무발화에 해당하는 데다가 몇 번 되지 않는 발화마저도 목소리와 발음이 명료하지 않아 전달력이 매우 떨어진다.
막상 말을 안 하니, 조용하고 평화로울 것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말이 안 되는 것이지,
욕구와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원하는 건 손을 끌거나 당기거나 하는 원초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고, 그래도 안 되는 건 행동으로 나타났다.
손짓, 발짓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고차원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서툴러 결국 전달이 안 되고,
전달이 안 되는 데에서 오는 답답함과 좌절은 아이에게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켰다.
안 되면 화가 나서 공격행동이 나오기도 하였고,
이유 없는 울음과 짜증도 많았다.
"에이 씨!"
하고 한 번 꽥 지르고 털어버리고 말 일이
산처럼 불어나는 일이 잦았다.
"아우, 속상해."
"배 아파!"
"오늘은 무얼 먹을까?"
누가 듣지 않아도 혼자 있어도 넋두리처럼 하던 말들이 내 마음을 달래주고 있었음을
아이를 통해 깨달았다.
나는 아이의 목소리를 보고 싶다.
조금 걸렸지만
아이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는 현실을 완벽하게 인정했다.
그렇기에 나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게 아닌 보기로 결심했다.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감정이 조절되고 여러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에,
그 노력을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하나씩 시도하고, 기록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