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클수록 걱정이 커진다
사서 하는 걱정이라면, 안 사고 싶은데. 덤으로 따라왔습니다.
by
삶은 사람
Jun 17. 2023
아이가 쑥쑥 자란다.
성장기라 그런지 자고 일어난 오늘 더 큰 것 같다.
정수리에서 머릿내가 나고,
앳된 얼굴에서 어색한 모습이 보이고,
통통하던 뱃살이 들어가며 키가 훌쩍 크고 있다.
당연한 일이고,
감사한 일인데,
걱정이 앞선다.
아이가 크고 있다.
나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가 크는 게 걱정인 부모.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면서도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
아이가 스무 살이면, 나는 마흔일곱이다.
아이를 일찍 낳아 일찍 편해지겠다는 얘기는 나에게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조금 더 일찍 마음고생이 시작될 뿐이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 아이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취업이냐, 보육이냐 그 선택은 아이가 보여주는 능력에 달려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조금이라도 아이가 자립할 수 있지만,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된다면, 아이는 나의 근무시간까지 데리고 있어 줄 곳을 찾아야 한다.
아이의 자립은 우리 가족의 삶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요,
아이의 자립은 나의 경제적 활동을 위한 필수조건이자,
아이의 자립은 나의 장애아이 육아 점수표다.
그러기 위해 아이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아이가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지만,
앞으로도 그래야 하고,
조금 더 제대로 해내야 한다.
지금까지의 삶은 행복하면서도 꽤 퍽퍽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배우게 하기까지도 많은 공을 들여야 했고, 다 배우고 난 뒤에도 계속 복습하고 점검해야 아이의 것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래도 그건 할 만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무엇을 알고 모르냐를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가장 힘든 건 아이의 잦은 감정기복과 문제행동이다.
아이를 키우는 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았다.
이유가 있었겠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아이는 하루종일 울거나 화를 내기도 하고
또한 알 수 없는 이유로 아이는 웃음보따리를 계속 펼쳐 억지로 웃는 듯 큰 소리로 웃어댔다.
한동안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길 때마다 주변의 사람들을 꼬집었는데,
꼬집는 힘이 어찌나 세었는지, 살이 떨어져 나갈 정도였다.
실제로 나의 팔과 남편의 손등에는 상처가 남아있다.
문제행동은 양상과 빈도만 달라질 뿐 두더지게임처럼 계속 나타나고,
나는 그때마다 전문가 코스프레를 하며 심혈을 기울인다.
그냥 두면, 아이와 가족의 삶의 질을 마구 떨어뜨릴 테니까.
이렇게 살아온 삶에 대해, 스무 살이 될 무렵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 평가가 우리 삶을 바꿀 것이다.
그 무렵 또래 아이들의 입시와 취업이 그렇듯 말이다.
아이의 성장이 보일수록 조바심이 난다.
스스로 학습이 어려우니,
도와줄 수밖에 없고,
그 역할이 내게 있다.
그래서 꽤나 고단하다.
그래서 꽤나 겁난다.
그래도 해내야 한다.
그래도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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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자폐 아이 키우는 대수로운 이야기
01
나는 당신이 모르길 바란다
02
아이가 클수록 걱정이 커진다
03
절망의 늪에 빠지다
04
가끔 평범한 일상을 상상해 본다
05
너는 다 기억하고 있을까?
자폐 아이 키우는 대수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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