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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Jan 06. 2024

D+1. 대망의 수술날, 끝은 났다!

포경수술이 아무것도 아니란 말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

주삿바늘을 꽂은 채 잠든 아이가 뒤척거릴 때마다 행여 잠결에 뽑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나와 남편은 약속한 듯 깼다.


아이도 불편한지 새벽 5시부터 깨어있었다. 아이는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이동하는 게 신기한지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생글생글 웃고, 브이를 보였다.


우리도 밖에서 가벼운 농담을 하며 긴장을 낮추었다. 그런 틈틈이 위중한 수술환자들 틈으로 침대에 누워 다른 사람들 틈에 있을 아이가 걱정됐다. 주사는 협조가 될지, 전신마취 효과가 제대로 있을지, 있는 걱정 없는 걱정을 마구 했다.


한 시간이 넘었을 때, 회복실로 부모 모두 오라고 했다. 너무 움직인다며. 간호사 선생님 두 분과 나와 남편 넷이서 아이를 잡아도 역부족이었다. 온몸을 뒤틀며 쓰는 힘은 네 명, 다섯 명이서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주삿바늘은 뽑혀 피가 나고, 아이는 마취가 풀리며 괴로워 더 몸부림쳤다. 가만히 있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을지, 아이의 저항은 끝날 기세가 없어 보였다.


너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조금 더 이해했다면,

너에게 조금만 견디면 지나갈 거란 믿음을 줬다면

그렇게 악쓰지 않았을 텐데,

현실에 아팠고, 한계에 좌절했다.


너에게 이게 최선이었을까 싶지만,
안 다치게 하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


결국은 안전을 위해 손목과 발목을 묶어 고정시켰고, 진정제와 진통제가 투약됐다. 팔다리가 침대 난간에 묶인 채 잠든 아이는 한없이 안쓰럽고 가여웠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상처를 낼지 몰라 긴장 속에서 봐야 했다. 남편은 잠든 아이의 팔목, 손목에 묶은 끈을 하나씩 풀고 힘이 잔뜩 들어갔을 그곳들을 마사지해 주었다.


세 시간을 내리 자고 나서는 컨디션이 조금씩 나아졌다. 아이는 고정할 끈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고통이 사그라들고 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픈 현실도 마주했지만, 회복하는 내일도 만날 것이다.



보태는 말

애써주신 간호사 선생님들과 의사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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