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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Jan 04. 2024

D-day. 태풍전야와 같은 밤, 기도하는 마음으로

1인실 병실의 불은 언제쯤 꺼질까?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했다.

입원을 코앞에 두고 1인실 병실료가 아까워 계속 고민하면서도, 1인실 확보가 확실치 않다는 말에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성인 병동에 1인실이 비었고, 웬만한 리조트 스위트룸을 맘먹는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그래, 일단 비용 면에서는 아이 말대로 여행이었다.


어제 만든 자료를 주었다. 아이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읽다가 점점 굳어지더니 "무서워요"라고 연거푸 말했다. 포경수술이고 아플 것이고, 힘들 것이란 걸. 그래도 점점 나아질 거고, 엄마아빠도 곁에서 힘이 되어줄 거라고 써놓았다. 겁줄 필요는 없었지만, 엄한 기대를 하게 해서는 안 됐으니까.


혈압 재기, 주삿바늘 꽂기, 좌약 넣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일 수술을 생각하면 별 거 아니었다.


아이는 주삿바늘이 아픈지 "아파요"를 백 번 가까이 말했다. 주삿바늘이 꽂힌 팔을 긁고 싶어 해서 남편과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나일롱 환자 같지만, 내일 아침 9시 전신마취 수술할 환자다.


산책 겸 편의점도 수 차례 다녀오고, 병원 로비도 걸었다. 성당이 있다는 안내판을 보고, 기도도 하고 왔다.

수많은 기대와 욕심이 썰물처럼 사라지고 오로지 수술과 회복 두 가지만 바랄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잘 견뎌내길, 잘 지나가길 기도했다.

아이에게 바랐던 것은 무엇이고,

아이를 진짜 위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이가 아프거나 힘들어할 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퍽퍽한 삶에, 다른 사람들 눈치와 내 욕심에,

내가 아이와 소중하게 지켜나가고 싶은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자꾸 놓친다.


아이에게 바라는 건,

네 행복 그뿐이라는 걸 오늘 밤 다시 깨닫는다.


힘내, 다윗.

사랑해, 다윗.

더 많이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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