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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Apr 01. 2024

가치 있는 하나를 위해 버려지는 것들

명품백이 갖고 싶지만....

나는 명품백이 하나도 없다.

그 흔한 가죽백조차도 오래된 검은색 가죽백이 있을 뿐이다.

그럼 그동안 내가 들고 다닌 가방은 뭐냐고 묻는다면

짜잔~ 다양한 종류의 에코백들


내가 명품백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명품백은 예쁘고 뭔가 추레한 차림에도 하나 들고 있으면 추레함 조차 빈티지로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몇 번이고 나는 명품백 구입을 시도했었다.


명품백을 사야 할 이유는 넘쳐났다.

첫째, 명품백은 정말 예뻤고

둘째, 내 주변 사람들은 하나씩 가지고 있었고

셋째, 나에게는 몇 개월 급여를 모으면 명품백을 살 돈이 있었고

넷째, 내가 나에게 명품백을 선물한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으며

      (되레 하나쯤 장만하라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섯째, 그냥 누가 뭐래도 정말 예뻤다. 


하나쯤 장만한다면 나를 칭찬해 줄 사람들이 내 주위에 넘쳐났다.

그런데 나는 마음먹은 대로 장만하지 못했다.


구입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내가 이 것을 얼마나 사용한다고.."

"내가 다니는 동선이 동네 언저리인데 어디서 사용할 수 있을까?"

"가방만 좋으면 뭐 해~ 옷은 티셔츠뿐인데.."

"아끼다 유행 지나도록 옷장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것보다 먼저 살 것이 있어"

이런 마음들이 앞서서 50이 넘은 지금까지 나는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명품백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고 상품은 폐기처리된다는 글을 보았다.

가치 있는 하나를 위해 버려지는 것들이 나는 너무 아까웠다.

그 마음이 이해가지 않는 건 아니다. 나 같은 사람이 애써 큰 마음먹고 구입한 가방을 얼마뒤 할인점에서 보게 된다면 다시는 그 가방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상의 가치를 위해 나머지가 버려져야 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버려지는 것들로 인해 내가 명품백을 사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모든 이유를 무시하고 명품백을 구입할지도 모른다.

미리 변명의 말쯤은 하나 남겨둔다.)


예쁘지만 명품백을 애써 외면하면서 나는 에코백 사랑을 더욱더 외쳐보는 중이다.

사실 에코백 하나도 쉽게 장만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나의 옷걸이에는 사은품으로 받은 튼튼한 에코백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이런 나에게 희소식~

만들기 좋아하는 지인이 예쁜 원단을 나눔 해 주었다.

가져오자마자 "드르륵드르륵" 재봉틀을 사용해 만들어 보았고,

이만하면 성공~ 나에게 예쁜 에코백이 새로 생겼다.

당분간 나에게 새로 만든 에코백이 명품백처럼 사용될 것이다.


나는 이 에코백에 명품백만 한 가치를 줄 것이다.

"내가 만든 것이고, 원단 나눔으로 비용이 지불되지 않았고, 원단 자투리가 남지 않게 재단하여 쓰레기를 최대한 줄였으며, 이로 인해 나는 지구환경에 먼지만큼 기여를 하였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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