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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Oct 18. 2024

시한부 선고를 받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무엇을 물어봐야 하나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2023년 가을 아빠는 골수섬유증 진단을 받았다. 그전부터 기력이 없고 매사 힘들다고 하셨는데 노인성 기력저하로 생각했었다.


젊을 때부터 지명이 있으셨던지라 80세 넘어까지 주기적으로 병원 다니시면서 스스로 잘 관리하셨기에 큰 병이 생기면 어련히 체크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2023년 가을 진단받고 나서 가족들 모두 너무 놀랐다. 의사 선생님께서 고령이시고 이 정도 연세 예후로 평균생존 2년을 말씀하셨다. 2년이라는 말에 놀랐지만 그래도 당장의 일은 아니고 2년이 5년, 6년 10년이 될지 어찌 알겠는가 하는 이상한 희망이 있었다.


주기적으로 수혈을 진행하면서 그래도 이렇게 병원진료받고 일상생활을 하시니 쭉~ 이 생활이 이어지리라 생각했다.


이렇게 1년이 지났다.


갑자기 의사 선생님께서 보호자는 잠시 남으라고 하셨다. 급성백혈병으로 진행하는 것 같다 하셨고 예후로 6개월 기간을 말씀하셨다. 작년에 말씀하신 2년은커녕 이제 1년이 지났는데 시간은 더욱 짧아져서 앞으로 6개월 이라니.  아빠를 쳐다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아 괜스레 더욱더 무뚝뚝한 딸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6개월 예후를 얘기하고 바로 1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급성 백혈병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었단다.

기간은 2개월로 줄어들었다. 드라마를 보면 시한부 진단을 받고서 그보다 훨씬 잘만 살아가더라. 그래서 우리도 모두 긍정의 회로를 마구마구 돌리고 있었나 보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예후보다 조금은 더 생활하시겠지 당연히 그럴 거야 하는 마음에 계속 반대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겁이 났다. 말씀하신 2개월까지 그렇게 될까 봐.

우리의 긍정회로는 멈추게 되었다. 60을 소리 내어 세면 1분도 안되게 끝나는 숫자라서 겁이 났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무언가 계획적으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찾아보고 목록을 작성하고 온갖 경우의 수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만약 큰일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디에 제일 먼저 연락을 해야 할까? 상조에 가입은 하지 않았지만 지병으로 계속 다니던 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하면 괜찮겠지. 하나 둘 두서없이 생각하다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맞는가 잠시 주춤해졌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의 모든 시간을 아빠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정말 해야 하는 일들을 제외하고 현재의 모든 시간을 아빠와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겨진 시간이 60일이 될지 100일이 될지 혹여 60일이 미처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은 함께 할 것이다.


그저 만나서 밥 먹고 티브이보고 소소한 농담 하면서 그렇게 아빠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 순간이 행복하게 좋은 느낌으로 남을 수 있도록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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