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서울을 떠난다

18. 문명과의 단절, 신문물 발견

by 씨티훈

앞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게 물, 전기, 가스라 했다. 근래엔 세 가지에 버금가는 중요도를 가진게 하나 추가됐다. 바로 통신(인터넷)이다.


최근에 짓는 신축 아파트에는 다들 IOT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월패드 하나만으로 집안의 모든 조명과 냉난방장치, 환기장치의 전원을 켜거나 끌 수 있으며, 가스밸브를 잠그거나, 엘리베이터를 누르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각각의 생활 가전은 앱에 등록하여 야외에서도 온오프가 가능하다.


이런게 구비되어 있던 신축 아파트에 살기 전에는 '있으면 편하겠지만, 굳이?' 싶은 시스템이었는데 이걸 한번 써보면 그 편리함에 감탄하게 된다. 단독주택에서도 IOT 시스템을 사용하는게 가능하다. 단, IOT를 위해선 설계부터 이를 반영해야 한다. 특히 대문과 현관을 월패드로 여닫기 위해선 외부 통신선과 전선까지 도면에 반영해야 하는 세밀함이 필요하다. 또한 IOT를 쓸 수 있는 월패드는 따로 있기에, 이 또한 고려해서 구입해야 한다.


IOT를 쓸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설치하는 건 생각 이상으로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아파트는 인터넷선이 다 들어와 있어서 내가 사용하던 통신사에 연락만 하면 하루 이틀 내로 와서 설치해 주는데, 인터넷이 없는 곳이라면 인터넷을 끌어와야 한다. 또한, 그게 항상 되는 것도 아니다. 통신사도 기업이다 보니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지역이라면 굳이 인터넷 선을 끌고 들어가지 않는다.


단독주택 단지의 첫 건축주다 보니 전신주도 내가 심었고, 단지 내 수도도 내가 끌어와 연결했다. 인터넷은 도로명 주소가 나온 후에나 설치 신청이 가능해서 결국 입주 후에 통신사에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내가 거의 평생을 사용하고, 온 가족이 묶여 있는 통신사가 우리 주소에 인터넷을 설치할 수 있다 했고, 우리는 그걸 기다렸다. 그렇게 60일이 지났다.


길어야 열흘? 정도면 설치가 될 거라 생각했다. 인터넷 설치를 위해선 한전의 허가가 필수였는데, 중간에 소통오류가 너무 심해 한전 승인까지 50일이나 걸렸다. 한전 지사에서는 승인을 했다고 하고, 승인 부서는 그런게 온 적이 없다고 하는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승인에 걸린 30일 이후부턴 매일같이 전화해서 닦달해서 이 정도였지, 아니었다면 서로가 정보를 주었거나, 아직 안온줄 착각하며 뭉개고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이 들어오지 않으면 IOT 시스템을 사용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TV도 볼 수 없다. 또한 CCTV도 설치할 수 없다. 요즘 대부분의 가정에서 IPTV를 사용하다 보니 셋톱박스에 인터넷을 연결하지 못하면 그 어떤 영상도 시청할 수 없다. LTE를 사용하여 휴대폰으로 영상 시청을 하는건 가능한데, 집 안에서는 통신 안테나가 겨우 한 개 뜰 정도로 수신이 좋지 않았다. 결국 60일 동안 강제로 문명과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이 들어오고 나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공유기다. 국평이라는 84제곱미터의 아파트에서도 한대의 공유기로 전체를 커버하기 힘들다. 음영공간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가정에서 공유기 1대 + 증폭기를 설치하곤 한다.


우리도 이 방법을 써야 하나 싶는데, 이 와중에 메시와이파이를 알게 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꽤 고난도의 와이파이 기술이었던거 같은데 근래엔 너무나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일명 '이지 메시' 기능이 나오며 대중화되는 중이라고 한다. 다만 메시 와이파이를 구성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공유기가 아닌, 사제 공유기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 여러 구입 후기와 성능, 인테리어를 고려하여 넷기어에서 나온 오르비 제품을 구매했다. 가격대는 높았다. 사진과 같은 크기의 제품 3개가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40만 원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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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증폭기가 하나의 공유기에서 나오는 신호를 받아 증폭시켜 주는 거라면, 메시와이파이는 세 개의 기기가 각각의 공유기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1층에 공유기 하나, 2층에 공유기 하나, 이렇게 두 개 두고 사용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공유기를 2개 사용하게 되면 각각의 공유기 접속 ID가 별개로 생성이 된다. 보통 집 안에서 자동으로 항상 와이파이를 켜놓고 휴대폰을 사용할 텐데, 이게 우리 희망대로 1층에 있다가 2층으로 간다고 해서 2층 와이파이를 잡지는 않는다. 보다 좋은 신호가 있으면 자동으로 잡혀야 하는데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매번 해당 위치에 있을 때마다 연결을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고, 두 개의 서로 다른 주소를 가진 공유기가 충돌할 수도 있다. 반면, 메시 와이파이는 개별적인 공유기처럼 강력한 와이파이를 구성하지만, 하나의 접속 루트만 사용한다. 그렇기에 음영지역이라는 게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한 개의 물줄기를(메인 공유기) 받아 여러 곳에 물을 대는 것(증폭기)과 동시에 세 곳에서 물이 쏟아져 오는 것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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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는 굉장히 간단하다. 10분 정도면 충분히 설치할 수 있다. 물론 난 기계치라 이과 출신 아내가 했다. 비단 우리가 산 제품뿐만이 아니라,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메시 와이파이 제품들이 이런 식으로 설치 가능한 것 같다. 세팅 후 1층에 2개, 2층에 한 개를 뒀다. 우리 집은 500메가 인터넷이 들어오는데 속도 측정을 해보니 어느 방에서든 430메가 이상은 나왔다. 이렇게 신문물을 접했고, 다시 문명의 세상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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