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득, 목뼈 부스러지는 소리가 애절하게 들린다. 브라운관에 자식의 숨통을 끊은 어미사자가 보인다. 지나가는 코끼리에게 장난치던 새끼 사자는 오른쪽 앞다리를 깔려 뒤뚝뒤뚝 제 어미 주변을 맴돌다 태아 시절 머물렀던 뱃속으로 영문도 모른 채 돌아갔다. "크악!" 외마디 비명을 지른 그녀는 한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제 아이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의 포효인가. 생존이 불확실해진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삶을 미리 끝내줬다는 안도감의 탄식인가.
“엄마가 어떻게 날 신고할 수 있어?” 어젯밤 너는 눈에 핏줄이 터지도록 소리를 질렀다. 늘 너의 편을 들어줬던 내가 철저하게 네 예상과 달랐으니까. 네 오른손에는 경찰 출석요구서가 들려 있었다. ‘죄인’이라는 레테르를 처음 달아본 너는 우주를 찢을 듯 울었다. 작년 중학교 2학년 때 너는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말을 더듬는단 이유로 같은 반 아이를 상습적으로 때리고 돈을 빼앗았다.
아가, 이 편지를 읽을 때면 아침이겠구나. 자유는 호흡처럼 우리 곁에 있지만 그 이름으로 해를 가하면 누군가의 흐느낌이 된단다. 그 서러움은 곧 시퍼런 벌 떼가 되어 너의 숨통을 움켜쥘 거란다. 일어나. 엄마가 네 목덜미를 틀어쥔 짐승을 어떻게 사냥하는지 잠잠히 봐주렴. 네가 가해한 아이에게 무릎 꿇어 사죄하는 모습을, 그 부모에게 네가 빼앗은 돈의 곱절을 갚아주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렴.
자유 안에 더 절름발이를 자초하지 말거라. 예수께서 지신 대속의 십자가, 선조들의 민주항쟁 정신은 힘과 권력으로 배설되지 않았단다. 고요하지만 누구도 꺾을 수 없는 희생의 피로 꽃 피웠지. 엄마는 오히려 기쁘다. 너를 고소하며 나도 '죄인의 엄마'라는 옷을 입게 됐지만, 즐겁구나. 도리어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무와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너에게 몸소 알려줄 기회가 됐잖니.
네가 비록 날 미워할지라도, 언젠가 어른이 되면 분명 내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알게 될 거야. 엄마는 너를 믿는다. 그리고 누구보다 사랑한다. 이제 가자. 엄마는 언제나 너와 함께할 거야. 그곳이 비록 지옥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