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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세웅 Oct 12. 2024

아가야, 넌 꼭 이렇게 살아주렴.

그곳이 비록 지옥일지라도

 으득, 목뼈 부스러지는 소리가 애절하게 들린다. 브라운관에 자식의 숨통을 끊은 어미사자가 보인다. 지나가는 코끼리에게 장난치던 새끼 사자는 오른쪽 앞다리를 깔려 뒤뚝뒤뚝 제 어미 주변을 맴돌다 태아 시절 머물렀던 뱃속으로 영문도 모른 채 돌아갔다. "크악!" 외마디 비명을 지른 그녀는 한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제 아이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의 포효인가. 생존이 불확실해진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삶을 미리 끝내줬다는 안도감의 탄식인가.


 “엄마가 어떻게 날 신고할 수 있어?” 어젯밤 너는 눈에 핏줄이 터지도록 소리를 질렀다. 늘 너의 편을 들어줬던 내가 철저하게 네 예상과 달랐으니까. 네 오른손에는 경찰 출석요구서가 들려 있었다. ‘죄인’이라는 레테르를 처음 달아본 너는 우주를 찢을 듯 울었다. 작년 중학교 2학년 때 너는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말을 더듬는단 이유로 같은 반 아이를 상습적으로 때리고 돈을 빼앗았다.


 아가, 이 편지를 읽을 때면 아침이겠구나. 자유는 호흡처럼 우리 곁에 있지만 그 이름으로 해를 가하면 누군가의 흐느낌이 된단다. 그 서러움은 곧 시퍼런 벌 떼가 되어 너의 숨통을 움켜쥘 거란다. 일어나. 엄마가 네 목덜미를 틀어쥔 짐승을 어떻게 사냥하는지 잠잠히 봐주렴. 네가 가해한 아이에게 무릎 꿇어 사죄하는 모습을, 그 부모에게 네가 빼앗은 돈의 곱절을 갚아주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렴.


 자유 안에 더 절름발이를 자초하지 말거라. 예수께서 지신 대속의 십자가, 선조들의 민주항쟁 정신은 힘과 권력으로 배설되지 않았단다. 고요하지만 누구도 꺾을 수 없는 희생의 피로 꽃 피웠지. 엄마는 오히려 기쁘다. 너를 고소하며 나도 '죄인의 엄마'라는 옷을 입게 됐지만, 즐겁구나. 도리어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무와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너에게 몸소 알려줄 기회가 됐잖니.


 네가 비록 날 미워할지라도, 언젠가 어른이 되면 분명 내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알게 될 거야. 엄마는 너를 믿는다. 그리고 누구보다 사랑한다. 이제 가자. 엄마는 언제나 너와 함께할 거야. 그곳이 비록 지옥일지라도.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태복음 7장 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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