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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숑의 직장생활 Nov 17. 2023

[3화] 고래를 춤추게 하는 법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교육 프로그램 참석하기 위해, 회사 연수원에서 이틀 동안 숙박하게 되었다. 교육 내용은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시각화 자료를 만드는 것으로, 외부에서 오신 전문 강사님이 가르쳐 주시는 교육이었다.


아침 9시 자리에 착석해서 오후 5시까지, 어떻게 그래프를 그리고, 도표를 작성하고, 통계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강사님이 화면으로 직접 시범을 보이면 우리들 따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운다는 게, 솔직히 말하겠다. 재밌지는 않았다. 강사님도 차근차근 알아듣기 쉽게 잘 가르쳐주셨고, 수업 내용 자체도 유익한 것 같긴 한데, 개인적으로 컴퓨터 관련해서 뭘 작동하고 조작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수업이 재밌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1일 차 수업이 마무리되고, 교육을 주관하는 지원팀에서, 오늘 진행되었던 교육 관련 피드백을 요청하였다. 매일 교육이 끝나면 그때그때 수강생들의 피드백을 받아, 해당 피드백을 다음 날 수업에 반영한다고 한다. 뭐 그런가 보다 하고 피드백 설문지에 답을 적어가고 있었는데, 오늘 수업이 좋았는지, 좋았으면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라는 질문이 있었다.


흐음... 뭘 쓰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마침 오늘 강사님이 교육 진행하면서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제가 꿀팁 하나 알려드릴게요"라면서 본인이 혼자만 알고 있던 노하우나 편리한 기능들을 알려주셨던 게 기억났다. 그래서 답변에 '강사님께서 수업 진행하시면서 꿀팁 같은 거 잘 알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라고 써서 제출했다.


다음 날, 2일 차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 시작한 지 50분이 지나고, 첫 쉬는 시간이 시작되자 강사님께서 "아, 제가 알고 계시면 유용한 거 하나 알려드릴게요" 하면서 몇 가지포인트를 알려주신다. 쉬는 시간데, 참 열심히 하신다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수업에서도 "쉬는 시간까지 5분 정도 시간이 남는데, 뭐 하나 알려드릴 거 없을까요... 아 이거 하나 알려드려야겠다" 라면서 굳이 또 하나 꿀팁을 방출하신다. 5분 좀 더 쉬도 되는데.


오후에도 마찬가지로, 강사님이 어제랑 비교해서 너무 많은 '꿀팁'을 알려주시길래,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잠시도 쉬시지도 않고, 자꾸 뭐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하고, 한 마디라도 더 해주려고 하는 게, 설마 내가 어제 썼던 피드백 때문에 일부러 더 그러시는 건가? 2일 차 교육의 마지막 10분을 남겨놓고 강사님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신 말씀이, 나의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게 했다.

"어떤 걸 또 알려드려야 더 도움이 되실까요... 잠시만요 좀 생각해 볼게요"


고래는 기꺼이 춤춘다. 당신이 무심코 했던 따뜻한 표현 한마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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