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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미 Jul 17. 2023

무해하고 유쾌하게 샤워하기

플라스틱 욕실용품 줄이는 방법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일 먼저 입문하는 것이 '대나무 칫솔'이다. 가격대도 저렴하고 다른 제로웨이스트 물품보다 불편함이 덜해서 진입장벽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아직 양치질이 서툰 - 전동 칫솔을 사용하고 있음 - 어린이를 제외하고 남편과 나도 대나무 칫솔을 사용한 지 2년이 넘어간다. 남편은 나의 제로웨이스트 스타일에 큰 지지를 하지 않지만, 본인이 많이 불편하지 않은 것이라면 대부분 내 의견을 따라주는 나름대로 '비자발적 제로웨이스트'다.


화장실은 다른 생활보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좋은 환경이다. 새롭고 다양한 플라스틱 대체 용품이 많이 나오고 있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선택폭도 넓은 편이다. '대나무 칫솔'로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했다면 이제 화장실을 둘러보며 하나씩 바꿔볼 용기를 가져보자!


만약 '대나무 칫솔'을 시도했다가 다시 돌아갔다면 다양한 칫솔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칫솔 관리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나무 칫솔은 말 그대로 칫솔 대가 나무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습기에 약하다. 잘못 관리를 했다간 곰팡이가 쉽게 생기기 때문인데, 공중부양(?)형 칫솔 걸이를 사용하거나 물 흡수가 잘 되는 규조토 칫솔 꽂이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칫솔대가 모두 나무로 만들어졌고, 똑같은 색과 디자인이라 가족들과 칫솔이 섞이는 것을 고민했다면 색깔이 있는 칫솔모를 사용하면 구분이 쉽다. 우리 집은 흰색을 내가, 흰색 외의 모든 색깔을 남편이 사용하고 있다. 칫솔모 색깔은 내가 봤던 것만 해도 초록색, 갈색, 무지개 색 등 다양했다.


나는 무사히 대나무 칫솔에 정착을 잘했고, 그다음에는 액체류로 사용했었던 폼클렌징 고체형인 '비누'로 바꾸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비누로 바꾼 것은 폼클렌징으로 원래 민감했던 피부였기 때문에 이전에 쓰던 폼클렌징보다 자극이 적은 약산성 세안비누로 바꾼 뒤로 트러블도 잠잠해져 매우 만족하며 쓰고 있다. 대나무 칫솔과 세안비누만 사용했을 뿐인데 세면대가 훨씬 깔끔해졌다. 얼굴에 물을 묻히고 눈가에 묻은 물을 닦아가며 다 써가는 폼클렌징 튜브를 쥐어짜지 않아도 좋고, 플라스틱 바닥에 고인 물자국도 없고, 다 쓴 플라스틱 용기가 세면대 위를 굴러다니지 않아서 좋았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시작한 '비누 생활'이 오히려 더 편하게 여겨지자 샤워부스 쪽으로도 눈을 돌렸다. '샴푸바'는 세 번의 유목민 생활 끝에 정착해 온 가족이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특히 두피 뾰루지로 고생했었던 우리 집 비자발적 제로웨이스트를 실천가 남편이 샴푸바를 쓰고 두피 뾰루지가 없어져 나보다 더 만족하고 있다. 샴푸바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바디워시와 린스도 비누로 바꿨다. 샴푸, 린스, 바디워시, 트리트먼트 등 샤워부스를 가득 채웠던 플라스틱 통들이 없어지고 비누 삼총사만 들여놓자 샤워 부스가 훨씬 깔끔해졌다. 다 쓴 플라스틱 통을 거품이 없어질 때까지 헹구는 번거로움도 없고, 비누 조각이 작아지면 새 비누와 합쳐놓으면 그만이었다.


칫솔과 비누가 모두 성공적이게 되자 더 할 것은 없는지 자신감이 붙었다. 그 뒤로 바꾼 것은 비누 짝꿍인 바디 타월과 버블메이커. 오래 쓸수록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는 합성 섬유 제품 대신 삼베로 만든 바디 타월과 페이스 타올로 바꿨다. 내 기준에서는 바디 타월보다는 페이스 타월이 더 바꾸기 어려웠는데, 비누로 씻더라도 손으로 내는 거품보다 버블 메이커로 풍성하게 거품을 내어 씻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삼베로 만들어진 거품망도 사용했는데 원하는 풍성한 거품이 나오지 않아 포기하려던 찰나에 페이스 타월을 사용하고 얼굴의 각질 정리도 잘 되고 거품이 잘 나와 다행히 잘 정착할 수 있었다.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은 여기까지. 대나무 칫솔조차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유난일 수도 있고, 제로웨이스트 선배들이 본다면 콧방귀를 뀔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에는 고체형 샴푸가 있다는 것을 몰랐으니 내가 모르고 있는 더 많은 제로웨이스트 욕실 용품이 있을 수 있고, 시도했다가 도저히 적응을 하지 못해 다시 플라스틱 제품을 쓰고 있는 것도 있다. 그중 하나가 '고체치약'인데 고체 치약을 아무리 곱게 씹는다고 해도 알갱이가 남아있어 양치질을 하고 나서 잇몸이 다 헐었던 경험 이후로 두 번째 고체 치약은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결혼하고 이사를 자주 다닌 탓에 집들이 선물로 휴지를 너무 많이 받아 '종이팩 재활용 휴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선물 받은 휴지를 다 사용하면 재생 펄프를 사용한 휴지를 써 볼 계획이다.


무해하고 유쾌하게 실천하기. 유쾌하게 실천하려면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만큼' 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욕실 용품의 경우 플라스틱이 없는 제품을 사용하면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편리함이 더 많다는 것이 내 결론. 플라스틱 제품의 바닥의 물 고임으로 물 때가 덜 생겨 화장실을 더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고, 용기를 씻는데 많은 물을 사용하고 몇 번을 헹궈내야 하는 귀찮음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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