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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미 Nov 27. 2023

디지털 디톡스

스마트폰의 알람으로 눈을 떠 유○브의 짧은 영상 보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전화와 문자 연락, 날씨, 정보 검색, 여가, 책 읽기, 금융, 쇼핑 등 스마트 기기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시대에 주변을 살피는 여유와 관계는 점점 멀어져갑니다. 버스와 지하철 안, 찰나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조차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 대신 작은 스마트 폰 기계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23.6%(2022년 기준)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라고 합니다. 이 통계를 처음 시작한 2016년 당시에는 17.8%였는데 그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중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디지털디톡스’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디지털디톡스는 ‘디지털(digital)’에 ‘독소를 해독하다’라는 뜻을 가진 ‘디톡스(detox)’를 합친 단어로 디지털에 중독된 현대인의 마음과 몸을 치유하기 위해 전자기기의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회사인 구굴을 이끌었던 에릭슈미트 전 회장도 디지털 디톡스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는 미국 보스턴대 졸업식 축사에서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면서 “하루에 1시간만이라도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청년 동아리 가꿈의 마지막 활동으로 하니가 기획한 ‘디지털 디톡스’ 활동을 기획했습니다. 완연한 가을의 한 가운데에서 우리나라의 3대 누각 중 하나인 영남루와 밀양강이 한 눈에 보이는 잔디밭에 모여 디지털 기계를 잠깐 멀리하고자 했습니다. 10월 3일, 부지런한 하니가 디지털 디톡스 활동에 대한 계획을 공지했습니다. 


* ੈ✩‧₊ 10월의 활동 : 디지털 디톡스 ⋆˚. •✩‧₊⋆

시간 - 2시간가량 (오후 2시~4시 예정)

장소 - 삼문동 강변 잔디밭

준비물 - 돗자리, 캠핑용 의자, 차 또는 마실 거리

14:00 까지 모이기

14:00~14:10 간단한 근황 나누기, 스마트폰 모으기

14:10~15:00 자연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15:00~15:30 차 마시면서 수다 떨기

15:30~16:00 스트레칭, 수건돌리기 등 가벼운 운동

가을이고 점점 추워질 것 같아서 제일 따뜻한 낮 2시로 정해봤음! 멍 때리고 쌀쌀해질 때쯤 차 한 잔 마시고 운동하면서 추워지기 전에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혹시 시간에 의견이 있거나, 마지막 타임에 하고 싶은 운동이 있거나, 요가나 스트레칭 등을 지도해 줄 수 있으면 편하게 알려주면 좋겠다!


“수건돌리기, 뭔가 귀엽다.”


“완전 힐링인데.”


“재밌겠다!”


활동의 내용을 공유하고 10월에 다 함께 모일 수 있는 날짜를 투표해 10월 29일, 일요일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가꿈 동아리의 마지막 활동이기도 하고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인 만큼 가꿈 동아리 외에 다른 친구들도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청년 독서 모임과 청년 그림모임 등 단원들이 관계 맺고 있는 다른 청년 동아리에 활동을 소개하고 같이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11명의 청년이 밀양강 잔디밭에 모였습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날은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단풍은 곧 절정에 이를 것처럼 알록달록했습니다. 푸른 하늘에 비친 밀양강은 햇살에 반짝이면서 일렁였고 바람도 산들산들 불어오는 완벽한 날씨였습니다.



키 큰 소나무 그늘 아래 노란색 돗자리를 여러 개 펼쳐 자리를 잡았습니다. ‘멍 때리기’라는 이름의 명상을 시작하기 위해 스마트 폰과 스마트 손목시계를 모았습니다. 하니의 시계로 45분 알람을 설정했습니다. 각자가 가장 편한 자세로 앉거나 누웠습니다. 


그 날은 ‘이태원 참사 1주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추모하는 행사를 기획하거나 참여해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주황색과 보라색의 별을 접고 10.29km 걷기 행진을 참여했던 단원들도 있었습니다. 추모 행사를 참여하면서 사람은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힘도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연대와 공감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흘러가는 구름, 반짝이는 강물, 바로 옆에 앉아있는 친구와 이웃이 있는 이 순간이 참 소중했습니다. 멀리 행사장에서 들려오는 꽹과리와 북 소리가 정겨웠고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의 대화가 즐거워 멍 때리는 와중에 함께 웃기도 했습니다. 좀 쑤신 몇몇은 스트레칭을 서로 따라 하기도 하고 그런 잔잔한 소음에 스르륵 눈이 감긴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영원히 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45분 알람이 울렸습니다. 생각보다 짧았다는 사람도 있었고 너무 길어서 알람이 고장 나지 않았나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돗자리를 한 곳에 모아두고 동그랗게 앉아 소감을 나누고 옆 사람과 손뼉을 치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손수건 돌리기를 했습니다. 신나게 웃고 떠들고, 각자 가져온 간식을 나눠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람은 집에서 직접 다도 세트를 가져와 차를 내려 주었고, 최근에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갔던 소영이 간식을 가져왔습니다. 봉지 과자를 한 아름 가지고 온 친구도 있었고 우민은 카페에서 크로플을 가져와 다함께 나눠먹었습니다. 해가 저물도록 이야기 나누고 몇몇은 야구 글러브와 야구공을 가져와 너른 잔디밭에서 캐치볼을 했습니다. 


가꿈 동아리의 마지막 활동을 돌아보면 그동안의 활동들 모두가 ‘디지털디톡스’활동이었습니다. 활동을 하는 동안은 스마트폰 보다는 함께 어울리는 단원들과 활동에 집중했었습니다. 동네의 강변을 걷거나 시골 할머니 댁에서 일손을 보태고 마을의 아이들과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고 시원한 냇가에서 함께 물놀이를 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빵 반죽을 살폈던 지난 시간들이 모두 내 바로 옆 친구와 이웃을 살피는 시간이었습니다. 


소영 - ‘45분 짧네.’라고 생각했는데 휴대폰을 안보니 45분이라는 시간이 많이 길게 느껴졌다. 좋은 알씨에 예쁜 영남루의 경치를 보고 있으니 뭔가 비워내는 느낌도 좋았고, 여유로움도 좋았다. 그리고 주변의 방해 요소 없이 오롯이 내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활동을 통해 평소에 너무 디지털 기기에 의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돌이켜 본 것 같다! 때로는 휴대폰을 멀리 두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가꿈의 마지막 활동이라 너무 너무 아쉽지만 이번에도 새로운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느껴서 좋았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 하니와 혜미, 고마워. 


송현 – 날씨도 좋고 멍 때리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길어서 놀랐다. 그리고 평소에 못 보던 곳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함께 게임도 하고 어렸을 때 학교에서 소풍간 것 같아 즐거웠다. 앞으로도 가끔씩 휴대폰 밖을 봐야겠다. 다음에 가꿈이 아니더라도 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다람 – 디지털디톡스를 넘어 멍 때리며 가만히 앉아있는데 ‘아, 시간은 상대적이구나. 숏츠를 보면 1시간 금방 지나가는데, 45분은 참 길구나.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회를 통해 스크린 타임을 줄여볼 결심을 해본다.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건 좀 어렵겠지만 멍 때리기 시간이 끝나고 친구들과 보낸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즐거웠다. 헤어질 시간이 아쉬울 정도였다. 친구들 덕분에 좋은 경험, 좋은 시간을 보냈다. 모두 고마워. 


하니 – 난 생각보다 45분이 빨리 지나갔는데 다들 길다고 해서 놀랐다! 나름 남들보다는 여유 있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구름이 사라지는 순간은 처음 봐서 스스로에게 조금 놀랐음. 기회가 있다면 다음에는 저녁에도 이런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도시락도 싸들고 나가서 더욱 긴 시간동안 자연을 느껴보고 싶다. 날씨가 도운 덕에 정말 소풍 같은 시간을 선물 받은 것 같다. 가꿈 바깥에서도 홍보해서 함께 해준 친구들이 많았던 덕분에 더 즐거웠다. 차와 간식도 다들 알차게 가져오고! 멍 때리기 힘들었을 텐데도 열심히 즐겨준 모두들 너무 너무 고마워! 


복지관 사회사업기의 지역사회 이상은 이웃과 인정입니다. 약자도 살 만하고, 약자와 더불어 살고,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는 곳입니다. 좋은 이웃이 있어 누구라도 정붙이고 살 만한 지역사회입니다. 복지관은 이런 지역사회를 만들려고 일합니다. 맡은 일이 무엇이든 그 일로 지역사회를 약자도 살 만하고, 약자와 더불어 살고,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는 곳으로 만듭니다. 지역사회는 개인이 살아가는 바탕입니다. 복지관은 이런 지역사회가 약자도 살 만하고, 약자와 더불어 살고,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는 곳이게 합니다. 이런 지역사회에서는 한 개인만 잘 지내지는 않을 겁니다. 다른 사람도, 앞으로 이 지역사회에 올 사람도 더불어 살아갈 겁니다. (김세진, 복지관 지역복지 공부노트, 지역사회 이상 내용 가운데)


가꿈 동아리의 단원의 소감에서 공통적으로 서로를 고마워하는 의견이 보기 좋았습니다. 서로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함께 만나면 정겨운 가꿈의 활동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11월, 마지막 평가회의도 잘 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에게 감사와 배움, 소망이 있는 시간을 갖고 내년의 가꿈도 잘 이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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