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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미 Jun 29. 2023

청년모임 ‘가꿈’ 일곱 명의 단원들-1

단원 인터뷰

주민이 어떤 일 하기를 원하는지 묻는 일이 ‘욕구사정’입니다. 우리 복지관이 이런 사업을 할 생각인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민에게 묻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이에 관해 주민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합니다.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주민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합니다. 주민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욕구를 바르게 사정하면 이어서 따라오는 사업계획이나 진행 그리고 평가까지, 전 과정을 주민과 함께 이루기 수월합니다. 수고로워 보여도 처음에 두루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를 잘하면 그다음이 편안합니다. 바쁘지 않습니다. 이렇게 묻는 건 편안하게 일하려는 게 아닙니다. 주민이 그 일에 주인이 되게 하려는 뜻입니다. 이런 뜻을 잘 파악하려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방식을 권합니다. 여러 복지관이 욕구조사 가운데 하나로 ‘설문조사’를 택하는데, 이보다 직접 주민을 만나 들으면 좋겠습니다. (김세진, 「복지관 지역복지 공부노트」 ‘욕구조사 방식, 인터뷰’ 내용 가운데)


저를 소개하고, 청년 봉사단 사업의 취지를 알리기 위해 신청자 개인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봉사활동’이라는 주제이지만 이웃과 마을을 위해 활동하는 ‘공동체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활동에 대한 기대 등을 알아가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30분 정도, 약속 시간과 장소는 그 사람이 가장 편한 방법으로 정해서 알려주기를 부탁했습니다. 5월 2주 동안 일곱 명의 단원들을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간단한 인적사항과 활동이 가능한 시간을 파악하는 정보를 묻고 나아가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경험과 자신의 생각,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에 대해 깊게 이야기 나눈 뒤 좋아하고 잘하는 것으로 이 모임에서 하고픈 활동이 있는지 알아가는 질문을 다뤘습니다.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주는 이와 받는 이가 정해진 활동, 누군가의 가정에 방문하거나 시설 기관에 방문하는 활동보다는 봉사단 내에서 또래와 함께 할 수 있는 넓은 범위의 공동체 활동, 생활복지운동 등을 하는 월 1회 정도의 느슨한 모임을 안내했습니다. 인터뷰로 자신에 대해 더욱 깊게 이야기 나누며, 사회사업가인 저도 참여 주민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 단원의 이름은 가명으로 사용했습니다. 가명은 단원 본인이 직접 지은 이름입니다.



<다람>


다람은 봉사단 활동을 제안했을 때 처음 함께 하겠다, 이야기해 준 고맙고 든든한 존재입니다. 그런 다람과 제일 먼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는 그림 모임 ‘목화’가 끝난 후 늦은 밤 동네의 작은 호프집에서 진행했습니다.


다람은 구불구불한 히피 펌을 하고 있으며 그가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과 큰 키에 어울리는 시원한 미소를 가졌습니다. 다람은 책모임 수북을 만들고 이끌어온 이 중에 한 명이며, 책모임에 새로 온 사람에게 아낌없는 환대를 하는 다정한 사람입니다. 책모임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은 유쾌하고 다정한 다람을 좋아합니다. 누가 봐도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것처럼 보이는 다람은 실제로 본인은 내향적인 성격이며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어색한 시간이 힘들어 끊임없이 질문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책모임에서 가장 편안한 상대로 대부분 다람을 생각하는데 정작 본인은 많은 에너지를 쓰며 상대를 편안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다람은 최근에 부모님 댁에서 독립해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기차로 다른 지역의 직장을 다니며 물리치료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기간 중 3년을 지옥분(졸업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댁에 방문해 안부도 묻고 재가 물리치료를 하는 봉사활동을 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할머니를 만나며 관계를 쌓았고, 정기 방문일이 아닌데도 가끔 할머니 댁에 방문하기도 한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뜨개질과 요리를 좋아하며 걷기와 수영, 테니스, 등산 등 운동을 잘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활동을 한다면 다 함께 마을을 걷는 활동, 좋아하고 잘하는 요리 활동을 함께 하면서 이웃들과 나누는 것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니>


책모임 ‘수북’과 그림모임 ‘목화’ 두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글 쓰는 모임 ‘달펜이’를 운영하는, 많은 동아리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하니와 두 번째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빈티지 사이트에서 옷을 구매하는 것을 좋아하는 하니는 그가 산 멋진 반팔 티셔츠 아래로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타투를 여러 개 가지고 있습니다. 책모임 수북에서 누구보다 책을 열심히 읽고, 운영자가 준비한 질문에 깊게 고민하며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는 생각이 깊은 사람입니다. 하니는 책모임 수북의 공간이자 가치쓰제이 건물 2층 디자인 가게 ‘빛나는 가게’에서 근무하는 직원입니다. 다양한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만큼 교류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그 다양한 의견을 잘 받아들입니다. 그런 하니에게는 ‘그럴 수 있지.’라는 특유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말버릇이 있습니다.


하니는 청소년기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다양한 봉사활동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학생 때에는 친구들과 동네에서 버스킹 활동을 했고, 고등학생 때에는 라오스에서 그 지역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활동을 했습니다. 여러 활동에 대한 경험이 있었던 덕분에 느슨한 주민모임의 봉사단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이후의 기획회의에서도 중심을 잘 잡는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 기타를 연주하고 밤하늘의 별 관찰을 좋아하는 하니는 봉사단 활동에 또래들과 어울리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마을의 청년들이 ‘가끔’ 모여 세상을 ‘가꾸는’ 활동을 한다고 해서 ‘가꿈’이라는 봉사단 이름도 지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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