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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o Kim Apr 29. 2024

[OST극장] 박치기 - 임진강

강 너머 닿을 수 없는 임에게 보내는 자유의 사자

강은 예로부터 지역을 구분하는 기준선이 되곤 했다. 다리를 통해 제약 없이 강 건너를 오고 갈 수 있는 현대에도 육지를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여전히 지리적, 문화적으로 지역을 나누는 상징이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일본 학생과 재일 조선인 학생 사이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의 2004년 개봉작 <박치기!>에도 도시를 가로지르는 하천이 등장한다. 이는 재일 조선인 지역과 일본 원주민 지역을 구분 짓는 역할을 한다. 강을 사이에 두고 '분단' 된 일본 학생들과 조선인 학생들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린다. 반면 포크 밴드를 동경하는 주인공은 조선인 학생 '경자'에 반하게 되고 조선인 학생들과 마음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며 어울리게 된다. 

이때 큰 역할을 하는 노래가 바로 '임진강'이다. 월북 시인 박세영이 가사를 쓰고 월북 작곡가 고종환이 1957년 만든 곡으로 더 이상 갈 수 없는 남쪽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다. 임진강보다 훨씬 더 넓은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그리운 고향으로 갈 수 없던 재일 조선인들도 애환을 담아 자주 부르던 노래였다. 분단의 애환을 담았기에, 분단을 상징하기도 하며, 나아가 화합과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이기도 한 임진강이 해당 영화를 관통하는 OST로 선정된 이유다. 또한 일본 사회에서는 포크 밴드 '포크 크루세이더스'에 의해 번안돼 소개됐고 1960년 안보투쟁으로 인한 데모가 한창이던 때 인기를 얻기도 했기에 당시 시대상과 분위기를 영화 속에 반영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주인공은 곡이 담은 뜻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가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이자 좋아하는 여학생이 연주하던 곡이기에, 임진강을 연습해 재일 조선인들의 환심을 산다. 하지만 야속하게 흐르는 강물이 태생적으로 지역을 나누듯, 본질적으로 소속이 다른 그들의 일원이 되기는 어려웠다. 가깝지만 너무나도 멀었던 하천 건너편의 그들을 생각하며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눈물로써 임진강을 열창한다. '분단'이라는 애환에 대한 깊은 공감과 진심은 라디오를 통해 하천 건너 조선인들에게 전달된다. 

가사 임진강을 넘나드는 물새처럼, 영화 노래는 자유의 사자로 작용한다. 하천에서의 치열한 패싸움과 주인공의 마지막 열창이 교차 편집되는 클라이맥스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건 아직도 봉합되지 못한 분단의 현실 속에서 여전히 자유의 사자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イムジン河 水清く とうとうと流る
임진강 물은 푸르고 당당히 흐르고

水鳥 自由に むらがり 飛び交うよ
물새들은 자유로이 무리지어 날아다니네

我が祖国 南の地 想いははるか
내 조국 남쪽 땅 추억은 저멀리

イムジン河 水清く とうとうと流る
임진강 물은 푸르고 도도히 흐르네


北の大地から 南の空へ
북쪽의 대지에서 남쪽의 하늘로

飛び行く鳥よ 自由の使者よ
날아가는 새들이여 자유의 사자여

誰が祖国を 二つに分けてしまったの
누가 조국을 두 개로 나누어 놓았던가

誰が祖国を 分けてしまったの
누가 조국을 나누어 놓았던가


イムジン河 空遠く 虹よかかっておくれ
임진강 하늘 저 멀리 무지개여 이어주세요

河よ 想いを伝えておくれ
강이여 추억을 전해주세요

ふるさとを いつまでも忘れはしない
고향은 언제라도 잊을 수 없어

イムジン河 水清く とうとうと流る
임진강 물은 푸르고 도도히 흐르네

https://www.youtube.com/watch?v=89EkDmzW5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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