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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o Kim May 02. 2024

Gracie Abrams-Risk

힘이 실린 순간, 변곡점이 될까?

오늘의 신.음.소.리.(신나는 음악 소개와 리뷰)는 Gracie Abrams의 싱글 'Risk'

싱어송라이터 '그레이시 에이브럼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당장이라도 실실 앓아누울 것만 같은 위태한 음색일 것이다. 속삭이며 읊조리는 것 같은 창법과 여백이 많은 절제된 편곡으로 극대화해 특유의 위태롭고 우울한 감성을 담는 것으로 그녀만의 스타일을 정립해 왔다.

지난 4월 그레이시 에이브럼스는 두 번째 정규 앨범 <The Secret of Us>를 오는 6월 21일 발매할 것이라 예고했다. 그리고 어제인 5월 1일 리드 싱글 'Risk'가 발매 됐다이미 곡 작업을 함께한 바 있는 오랜 친구 'Audrey Hobert'가 다시 한번 공동 작곡으로 참여했다. 밴드 'The National'의 기타리스트이자 테일러 스위프트의 프로듀서인 '아론 데스너(Arron Dessner)'가 프로듀싱했다. 

짝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사랑 자체는 'risk'요, 사랑을 지속하는 건 위험을 감수한 '투자'다. 직관과 비유가 적절히 섞인 가사는 사랑을 대하는 화자의 광기 어린 심정을 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혼란이지만, 한편으로 매우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감정임을 앨범 타이틀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이번 싱글은 기존에 선보여왔던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의 음악적 문법을 살짝 비켜난 듯하다. 시작부터 16비트의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리듬으로 포문을 연다. 그 뒤로 속사포처럼 바삐 쏟아내는 보컬이 기타 리듬을 타고 그루브를 만들어 낸다. 프리 코러스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이어지는 코러스 파트에서의 보컬에는 꽤나 힘이 실려있어 호소력이 느껴진다. 벌스에서의 숨 가쁜 그루브와 코러스에서의 호소력은 브릿지에서 응집돼 폭발한다. 기존의 곡과 비교한다면 가히 샤우팅과 포효에 가까운 연출이다. 그동안 클라이맥스에서 조차 감정을 절제하며 삼키는 방식으로 감정을 고조시켰다면, 이번에는 날카롭고 시원하게 내뱉는 방식으로 감정을 극대화하며 클라이맥스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후반부에 도입되는 베이스와 드럼은 매우 보조적인 역할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만 할 뿐, 곡의 기승전결을 이끄는 건 온전히 보컬의 힘이다. 또한 가사 곳곳에 정교하고 똑똑하게 짜여진 라임은 극히 제한된 편곡에도 러닝타임 내내 리듬감을 선사한다. 그녀의 농익은 송라이팅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지만 분위기에는 변화를 주었다. 데뷔 5년 차의 노련한 변주다. '새드팝' 아티스트라고도 불렸던 그레이시 에이브럼스가 조금 더 '팝'에 가까워지는 단계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다음 달에 발매될 정규 앨범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https://youtu.be/TiMuT2BhwO0?si=4F4XDXb52JHwcTu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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