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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o Kim Apr 09. 2024

[OST극장] 드라이브 - A Real Hero

누군가에게 진짜 영웅이 된 드라이버

뛰어난 드라이빙 실력과 운동 신경을 바탕으로 낮에는 스턴트맨, 심야에는 범죄자들의 도주를 도와주는 '드라이버'로 살고 있는 주인공. 감정이 메마른 것 같은 그에게도 잠깐의 봄날이 찾아온다. 이웃집에 살고 있는 아이린의 가족과 우연히 친분을 맺고 정을 나누는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머문다. 범죄자들의 도주를 위해서가 아닌, 이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위해 운전대를 잡는다. 드라이버와 아이린, 그녀의 아들이 탄 차량은 따사로운 LA의 햇살 아래를 평화롭게 질주한다.


약 100분의 러닝타임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은 이 장면에서 나온 음악은 프랑스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다비드 그렐리에(College)'와 캐나다의 신스팝 듀오 '일렉트릭 유스'가 협업한 'A Real Hero'다. 몽환적이고 따스한 신스음과 보컬이 조화로운 곡이다. 평화로운 주인공들의 나들이를 눈부신 햇살과 더불어 따스하게 비춰준다. 80년대 신스팝에서 흔히 듣던 음색을 통해 노골적으로 관객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함으로써 짧은 순간에도 이 순간을 추억하게 만든다. 영화가 끝나갈 때쯤 이 순간을 회상하고 그리워지게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영웅을 찬송하는 가사의 노래가, 주인공이 자신을 희생해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는 장면이 아니라 그저 일상을 함께하는 모습에서 나온다는 점은 흥미롭다. 아이린과 그녀의 아이에게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햇살 좋은 오후 드라이브를 함께하고 개울가에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목숨 걸고 스턴트를 하거나 범죄자들을 도주시킬 때가 아니라, 차가 고장 난 이웃을 데려다주며 잠든 아이를 조용히 안아 침대에 눕혀주는 자신이 진짜 영웅이라 느꼈던 것이다.


오프닝에서 범죄자들의 도주를 돕고 난 후 LA의 어두운 도로를 운전하는 주인공을 배경으로 나오던 음악 'nightcall'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더 극적이다. 영화 시작부터 등장하는 차가운 금속성 신스음과 기계음을 연상케 하는 보컬은 '이 영화는 밝고 희망적으로 끝나진 않을 거예요'라며 대놓고 예고한다. 대충 영화의 분위기와 결말을 예상하게 만든 후이기에 'A Real Hero'가 전달하는 평화롭고 차분한 정서는 더 극적이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Real human being

And a real hero


Back against the wall and odds

With the strength of a will and a cause

Your pursuits are called outstanding

You're emotionally complex


Against the grain of dystopic claims

Not the thoughts your actions entertain

And you have proved to be


A real human being and a real hero


A pilot on a cold, cold morn’

One-hundred fifty-five people on board

All safe and all rescued

From the slowly sinking ship


Water warmer than, his head so cool

In that tight bind knew what to do

And you have proved to be


A real human being and a real hero


이 노래는 2009년 발생한 US 에어웨이즈 1549편 불시착 사고에서 침착하고 이성적인 판단, 그리고 소임을 다한 행동으로 승객 전원을 살려낸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을 위해 만들어졌다. 2절 가사에 직접적인 내용이 등장한다.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 불린 이 사건은 2016년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HgYtKkS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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