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눈보다 깊은 고요, 내장산의 겨울이 말을 걸다

by 발품뉴스

겨울 산이 주는 감동은 조용함 속에 있다. 전북 정읍의 내장산은 그 정점을 보여주는 곳이다. 골짜기를 스치는 찬바람, 흐릿하게 피어오르는 흰 기운, 그리고 물 위에 비친 정자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완성한다.


내장산은 197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겨울 명소’로 자리잡았다. 신선봉과 연지봉, 장군봉이 만든 능선은 설경이 입혀질 때 가장 아름답다.

batch_GettyImages-a10427909.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내장산)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눈밭의 바스락거림과 절벽 사이로 스며드는 눈발이 오직 겨울만의 리듬을 만든다.


내장사, 용굴암, 그리고 우화정은 내장산의 겨울을 상징한다. 내장사는 적막한 설경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용굴암은 실록을 지켜낸 전설을 품은 채 산자락에 자리한다.


특히 우화정은 고요한 수면에 비친 정자가 만들어내는 풍경으로, ‘한국의 겨울’을 대표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batch_GettyImages-a14298331.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내장산)

용수폭포와 금선폭포는 한겨울이면 얼어붙어 빙벽으로 변하며 또 다른 조각이 된다. 케이블카와 셔틀버스로 주요 지점에 쉽게 오를 수 있어 가족이나 중장년층에게도 부담 없는 여행지다.


12월의 내장산은 눈이 내려도, 내려지지 않아도 충분히 완전하다. 정자와 산, 설경이 함께 빚는 고요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선다. 그곳에는 겨울이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가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걷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여행, 겨울의 메타세쿼이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