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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귤 Sep 15. 2023

드디어 나도 수영을 한다!

6. 이제 드디어 수영일기

부상 이야기를 쓰려다가 진짜 부상을 입었다. 수영을 하다가 오른쪽 어깨가 순간적으로 빠졌다가 들어갔는데, 통증이 조금 오래 갔다. 다행히 낫긴 나았으니, 다시 글을 쓴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한달 조금 지났을까, 나는 부상을 입었다.


대단한 부상은 아니다. 내가 달리는 구간에 한 3km를 지나면 찍고 돌아오기 좋은 곳이 있다. 그곳을 지나 돌아오면 5km 가 좀 넘으니 5km 달리기 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그곳을 빙 돌아오다 발목을 접지른 것이다.


진짜 영화처럼 풀썩 주저 앉았다. 한달 동안 달리기를 하며 별 일을 다 겪었다. 개한테 쫓긴 적도 있고, 가을인데 스콜 같은 소나기가 내려 오도 가도 못하고 빗속의 달리기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풀썩 주저 앉은 것은 처음이었다. 기다시피 해서 한쪽 길가 화단 경계석에 주저 앉아 심호흡을 했다. 쉬면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돌아오는 길은 고역이었다. 거기에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 걸어서 돌아와야 하는데 달리기로 십 분 넘게 온 곳이니 내가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3km 이상은 걸어서 돌아가야 하고, 그냥 멀쩡한 걸음으로도 삼십 분은 걸릴 것이었다. 실제로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중간에 몇 번 더 쉬었다. 발목에 심장이 달린 듯 발목이 계속 쿵쿵 울렸다. 발을 질질 끌면서 돌아왔더니, 다치지 않은 쪽 다리도 아팠다. 원래 다리 부상은 그렇게 심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불편한 쪽 때문에 다른 다리도 무리를 하게 되어서 둘 다 안 좋아진다고.


결국 집에 돌아오긴 돌아왔고, 나는 좌절하진… 않았다. 사실 좀 신기했다. 통증은 싫고, 부상은 당하지 않을 수 있으면 안 당하는 것이 좋지만 내가 운동하면서 부상을 입다니? 내가 운동을 하다가 다쳤어! 


물론 나도 살면서 발목을 접질른 적 있고, 크고 작게 다친 적이 있다.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 크게 다친 적도 있다. 하지만 뭔가가 달랐다. 냉찜질을 해도 다리가 퉁퉁 붓고 있었다. 혹시 깁스를 하게 될까? 반 깁스?


나는 깁스를 해본 적이 없다. 좋은 거 아니냐고? 좋은 거 맞다. 하지만 운동을 하다가 다친 거라니까?!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다. 체육 시간도 어지간하면 몸을 사렸다. 군대에서도 축구 안 한 사람이라고, 나! 운동하다가 다친 것이 처음이었다. 뭔가 좀 멋있게 느껴졌다.


A :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나 : 아, 나 운동하다가 좀 다쳤어.


이런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물론 철없는 소리다. 나는 단순하게 접지른 것에 불과했고, 하루 이틀 후엔 붓기도 가라앉았고 통증도 사라졌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발목은 완전히 나았다. 깁스 따윈 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달리기의 맥이 끊겼다.


사실 이상할 정도로 성실하긴 했다. 평생 운동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결심과 의지만으로 짱짱운동맨! 으로 다시 태어날 리가 없다. 나는 어떤 분위기를 탄 것이었다. 그리고 뭔가 그런거 있지 않은가.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 보면 로스, 조이, 챈들러 등 남자 얼간이 셋이 그냥 공 던지기 놀이를 하다가 우연히 자신들이 그걸 한번도 떨어뜨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연속된 기록이 아까워서 밥도 굶고 잠도 자지 않고 열시간이고, 열두시간이고 공 던지기 놀이를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운동이나 하기 싫은 그 무엇도 비슷하다. 지금까지 꾸준히 했는데, 지금 포기하면 그 꾸준히 한게 아까우니까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게 되는 거. 그게 별 거 아니더라도. 하지만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어떤 사고 같은 일로 한 번 그 맥락이 끊기면, 다시 하면 되는데 - 또 조금 힘들면 또 포기하게 된다. 한번 포기했으니까, 아까울 것이 없다는거지. 그냥 다시 하고, 또 하면 되는데. 인간이란 웃기다.


내가 그런 기분이었다. 발이 낫고 난 뒤에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지만, 마침 구간이 힘들어지는 구간이었다. 4분 달리기 * 5번은 할 수 있다. 4분이 5분으로 늘어나는 것도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다. 그런데 런데이는 그 다음에 7분, 10분, 15분 이런 식으로 마지막 30분 달리기 하기 전의 계단이 이상할 정도로 높다. 나는 7분 달리기가 좀 어려웠다. 아마 이 구간이 좀 더 노력과 체력 증진이 필요한 그런 구간이겠지. 그러니까 일종의 기 모으기 구간인 것이다.


어느 분야에나 그런 구간이 있다. 꾸준히 하는데 실력이 안 느는 구간. 초반엔 누구나 실력이 확확 는다. 마치 게임에서 1레벨부터 20레벨까지는 쉽게 올릴 수 있는 것처럼. 그런데 20레벨이 넘어가면 어려워지는 구간이 있다. 장비는 개똥 같고, 몬스터는 강해지고, 스킬은 별게 없고. 그래서 레벨업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구간이 길면 길수록 실망하고, 게임을 접게 된다. 내가 배운 모든 분야가 다 그런 구간이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계단처럼 실력이 확 느는 시기가 온다는 것을 알아도 참기 어려운 구간이다.


아마 내겐 이 7분 구간이 그런 구간이었던 것 같다. 의지도 한번 꺾였고, 달리기 난이도도 높아졌다. 은근슬쩍 피곤한 날엔 달리기를 가지 않게 되었다. 어쩌다 약속이 이틀, 사흘 연속으로 잡히면 달리기도 이틀, 사흘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흘, 일주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달리기 실력은 당연히 늘지 않았고, 어쩌다 가면 이전보다 더 힘들었다. 당연했다.


어느덧 달리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달리기를 더 잘하려고 하던 하체 운동과 간단한 근력 운동, 스트레칭도 하지 않게 되었다.




+ 아, 수영 진짜 나올 뻔 했는데! 다음엔 진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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