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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귤 Jul 28. 2023

오늘은 운동하지 않았다.

2. 운동은 밥 먹듯이 하라던데… 오늘은 굶는다.

'깔창은 사지 않기로 했고, 도수 치료와 운동 치료는 우선 10회만 결제한' 내 결정이 왜 어리석은 결정이었냐면, 이런 건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깔창을 사지 않은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70만원이라는 가격은 너무 비쌌고, 효과는 미심쩍었다. 잠깐만 찾아봐도 의료용 기능성 깔창의 가격은 그 절반도 하지 않았다. 뭔가 특수한 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는 한 이런 식으로 오프라인에서 한 병원에 공급되는 특정 의료기기의 가격은 부풀려진 게 적지 않다. 그리고 애인의 조언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전에도 썼지만, 그는 허리가 아니라 발목이 문제였는데, 거기서도 깔창을 권해서(비쌌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써본 사람이었고… 그 조언에 따르면 걸음걸이 교정의 필요성은 있지만 깔창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 되므로 장기간 사용하면 안 되고, 깔창만으로 걸음걸이 교정이 되는 것도 아니며… 결정적으로 70만원 짜리 깔창이라고 하면 그 뭔가 고도로 발전한 현대 기술에 의해 발을 3D 스캔하여 내 발 모양에 딱 맞는 뭔가를 상상하게 되는데… 그런 거 없다. 그냥 발 사이즈에 맞추는 일반 깔창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고.


문제는 도수 치료와 운동 치료였다.


내가 받는 도수 치료와 운동 치료는 이랬다. 우선 방문하면 15분 정도 도수 치료사님의 맛사지를 받는다. 그리고 한시간 정도 같은 도수 치료사님이 진행하는 운동을 한다. 그리고 30분 정도 물리 치료를 받는다.


이 비용이 1회 6만원이라면 크게 비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효과가 문제였다.


우선 맛사지는 좋았다. 아팠지만, 괜찮았다. 그것으로 딱히 통증이 감소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맛사지를 받고 나면 조금은 더 허리를 숙일 수 있었다. 물론 그때 뿐이었지만, 그렇게 몸을 이완시킨 후 운동을 해서 조금씩 허리와 복부, 허벅지 근력을 늘려 간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효과는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1주일에 2회, 총 10회로는 효과가 없다!


만약 1주일에 최소한 3~4회, 그리고 적어도 석달, 그러니까 60회 가량 이런 식으로 맛사지를 받고 운동을 한다면 아마 적잖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리고 1주일에 2회로 이 운동 치료를 결정한 것은 내 스케줄 문제만은 아니었다. 해당 도수 치료사님의 스케줄도 너무 바빴다. 둘의 스케줄을 고려하면, 1주일에 2회 이상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운동을 배워서 나중에 혼자라도 이것을 하겠다는 마음에 10회 동안 이 도수 치료와 운동 치료를 열심히 받았다. 그리고 후에 10회를 추가 결제해서 총 20회 동안 도수 치료와 운동 치료를 받았다.


크게 효과는 없었다.


우선 1주일에 2회로는 여러 모로 부족했다. 맛사지의 효과는 누적되거나, 축적되는 것이 아니고 그 때만 아주 조금 좋아질 뿐이다. 운동은 다양했고, 나름 재미도 있었지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체로 여기서 하는 운동은 (나중에 알았지만) 기구 필라테스 계열의 운동이었다.


다시 말해! 기구가 없으면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가정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기구는 밸런스 볼 정도였다.


사진 출처 : https://smartstore.naver.com/jhealglobal/products/7651538756?n_keyword=&n_rank=1&n_query=%EB

 밸런스 볼은 이렇게 생긴 것인데 위에 올라가서 균형을 잡는 운동을 통해 코어 근육을 단련하거나,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그 외에는 침대처럼 생긴 필라테스 리포머처럼 고가의 기구가 필요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것들을 대체할 수 있는 간단한 홈트용 소도구들이 없는 것은 아닌데 - 이제 막 운동을 배우는 입장에서 그것들의 존재도 몰랐거니와, 대체 운동법을 어느 정도 배워야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도수 치료사님이 자꾸 묻는 것이 불편했다.


뭘 묻냐면, 매번, 맛사지 끝날 때마다!


"많이 나아졌죠?"


라고 물었다. 정말 매번 물었다.


그리고 운동이 끝나고(운동이 끝날 때 쯤엔 운동하는 곳을 몇바퀴 걷는다. 걷는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또 말했다.


"많이 나아졌네요."


물론 내 몸상태를 알아야 운동을 고를 수도 있고, 맛사지의 강도나 부위를 정할 수 있으니 이것저것 묻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매번!


저 질문만 했다.


'아니오. 그냥 똑같은데요.'


나의 대답도 늘 똑같았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 별로 대단한 문제는 아니다. 거기서 더이상 운동치료를 안 받게 된 것은 추가 10회 운동이 절반 쯤 지났을 떄, 그러니까 13~14회 쯤 진행됐을 때부터 슬슬 도수치료사님이 운동을 시킨 후에 자리를 비우거나,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운동치료사님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게 100퍼센트 집중해주지 않았고, 나는 하라는 횟수대로 운동을 마친 후에 가끔씩 이제 또 뭘 해야 할지, 이걸 한 세트 더 하면 될지 고민하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추가 결제 10회 운동, 그러니까 총 20회의 운동이 끝난 후 센터 안내 직원이


"오늘 마지막 날이신데요. 추가 결제 하시겠어요? 이번에 이벤트 기간이라…."


(병원에 딸린 운동 치료실인데, 이벤트 기간이 있다는 것도 약간 놀라웠지만) 나는 추가 결제를 하지 않았다.


이 병원에도 그만 다니기로 했다.


나의 몸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아주 똑같은 건 아니었지만, 그 전의 허리 통증이 100이었다면, 80에서 90 사이를 여전히 오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70대의 허리였다.


+ 매번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수영일기입니다. 수영은… 언젠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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