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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디자이너 Dec 25. 2023

상하이에서 만난 사람들

15년 전 내가 처음 상해에 왔을 땐 만해도 상하이는 그저 잠시 스쳐지나 가는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잠시 2년 정도 머물다 가는 도시. 워킹비자도 쉽게 나오고 외국계 회사들도 많아서 일구하기 쉬운 도시.

어쩌면 그 2000년 후반의 정서가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오기 전, 전쟁이 없던 시절, 흉흉한 전염병이 없던 시절.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은 모든 것이 평화로왔다.

상하이도 경제 부흥이 일어서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자본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상하이라는 도시가 있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일하러 공부하러 상하이에 왔다.


처음에 나는 영어와 중국어를 잘 하지 못했지만 다양함을 몸소 체험하고 싶어서 외국계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나는 자고로 디장인이란 다양함 속에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유럽 디자이너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디자인을 하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지. 미국 사람들은 또 어떻게 다른지.

여행에서  잠시 스쳐가는 사람들이 아닌 같은 도시 안에서 일상 보내는지 것이 어떤 건지 궁금했다.


프랑스인, 대만인, 스페인 사람, 멕시코인, 미국인, 호주인, 포르투갈인, 루마니안인, 크로아티아인 등등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하고 점심 먹고 술 한잔하면서 각자의 삶의 일부를 공유했다.


한 명의 게이, 한 명의 레즈비언 그리고 나.

이 조합으로 삼총사가 된 적이 있었다. 나는 이런 조합이 좋았다.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같은 도시에서 그 일부를 나눌 수 있는 사이.

중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서로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내가 상하이에 살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내 인생에 얼마나 있을까?

만약 내가 미국에 산다면, 프랑스 사람과 일할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만약 내가 호주에 산다면, 포르투갈 사람과 일하고 웃고 울으며 내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그 기회의 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동료와 미국 상사를 욕하는 일상. 상하이기에 가능했던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

다양한 문화가 만나서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고, 각자의 언어로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내는 도시.



나는 사람의 생각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배웠고, 내가 옳고 네가 틀린다는 생각이 그저 다름이라는 이해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23년 지금 내가 상하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상하이에서 7년을 사고 10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상하이는 스쳐 지나가는 도시가 아닌 각자의 삶의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도시가 된 것 같다.

상하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의 상하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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