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다섯, 못 하게 없는 나이
프랑스어로 소통하라! 이것이 나의 프랑스 생활의 첫 번째 미션이다. 알리앙스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를 조금 배우기는 했으나 입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은 '나는 한국인이에요'뿐이었다. 열심히 배웠으나 열심히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라는 배짱으로 버티고 있었다.
45살의 프랑스어 배우기는 과연 성공할까? 잘 모르겠다. 해봐야 알겠다.
시어머니가 찾아준 MPT (Maison Pour Tous)라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프랑스 어학당을 갔다. 시어머니의 사촌이 프랑스어 선생님으로 그곳에서 일하신다. 일단 선생님이 친척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했다. 남편이 이미 내 프랑스어는 제로에 가깝다고 말해놔서 실수해도 창피할 것도 없었다. 첫날 수업은 다행히 숫자, 요일과 달을 배웠다. 한국에서 배우고 간 것이어서 자신 있게 말했다!.
첫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 1주일에 2번, 이 속도로 언제 프랑스어 배우나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집에 오는 버스에서 나의 과거를 뒤돌아 보았다.
27 살에 처음 중국어를 배웠을 때 나는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것도 잠시 1년 동안 어학연수하고 바로 취직해서 상하이에서 15년을 넘게 살았다. 배워야 했으니 배웠고, 살아남기 위해서 버티면서 배웠더니 15년이란 시간 속에서 중국 사람들하고 일하면서 살아왔다.
이 공식을 프랑스어에 적용해 보았다. 프랑스로 이주했으니 프랑스 말을 해야 한다. 배워야 한다.
나는 여기서 일하면서 남편의 도움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살고 싶다. (이혼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돈 벌어서 내가 쓰고 싶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사고 싶다는 뜻이다.) 프랑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버티면서 배워야 한다. 이렇게 하면 프랑스에서 10년 아니 20년도 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뒤돌아 보면 27살은 풋풋한 사과 같은 나이였다. 내가 그 소용돌이치는 젊은 안에 있었기에 그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던 것뿐이다. 45살의 내가 27살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잘 배워놨다. 잘했다.' 뿐이다.
45살 프랑스어 배우는 것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60살이 된 내가 45살을 돌아보면 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45살 못 하게 없는 나이다! 무조건 배우고 그곳에서 살아남아라'
이것이 60살의 내가 45살에게 주는 유일한 조언이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람. 필요하면 배우고 배울 수 있다면 배우면 그만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는 것은 의미 없는 질문이다.
나는 결국엔 해낼 것이니까. 그런 질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