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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성공 하나가 나를 바꿨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들로 작은 성취를 쌓아가고 싶다.

by 글쓰는 디자이너

TV나 유튜브에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감동적인 말들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당장이라도 나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막상 일상이 시작되면, 그 마음은 금방 사라진다.


내가 알게 된 방법은 단순했다. 작은 것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
단발성이 아니라 최소 한 달은 해야, 비로소 나 자신이 조금씩 예뻐 보이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브런치에 글과 그림을 올린 지 벌써 10일이 지났다.

새벽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다. 주말도 예외 없이 지킨다.


이 두 가지를 선택한 이유는, 프랑스에서의 적응기를 기록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륙을 건너 시작된 이 새로운 삶은, 지금이 아니면 기록할 수 없는 소중한 순간들이니까.

내년 5월이 되면 ‘적응기’는 쓸 수 없을 것이다.


마흔다섯.

많은 것을 알고, 경험한 나이에 새로운 언어와 문화 속에 놓인 지금,

이 낯선 환경이 힘들다기보다는 행운처럼 느껴진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길, 바닷가로 가는 길, 슈퍼로 가는 길마저 영화 한 장면처럼 특별하다.


그런 마음으로 10일간 글을 썼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내가 예뻐 보이진 않는다.

왜일까.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인데.


한 가지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예전부터 모션그래픽으로 나만의 디자인을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계속 미뤄왔다.

어제, 드디어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필요한 툴도 원하는 설명도 찾기 어려웠고, 곧 짜증이 났다.

전 같았으면 “내일 해야지”라며 컴퓨터를 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엔 끝까지 해보고 싶었다.

유튜브를 틀고 16분짜리 튜토리얼을 따라 했다.

쉬워 보였지만, 10초 단위로 끊어가며 따라 하다 보니 3시간이 걸렸다.

결국 하나를 완성했다.


완성하고 나니 춤을 추고 싶을 만큼 신이 났다.

싱글벙글한 얼굴로 아이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밖으로 나갔다.

집에 오기 싫다던 아이를 1시간 넘게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심도 생겼다.


영상 하나를 완성한 성취감이 나를 바꿨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다시 디자인 시작하기.

3시간을 견디며 뭔가를 끝낸 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꾸준히 하고 싶은 의욕이 생겼고, 아이에게도 더 인내심이 생겼고,

무엇이든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들로 작은 성취를 쌓아가고 싶다.

천천히, 나를 좋아해 주고, 사랑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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