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는 시간이 안 가는 것 같은데 그새 프랑스에서의 삶이 한 달이 되었다. 작년에 3개월 살아봤다고 새로울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곳의 삶에 안착되었다.
그동안 소소하게 일어난 변화들에 대해서 적어 보았다.
아이의 한국어와 프랑스어
아이와 3개월 떨어져 있으면서 아이는 프랑스 아이가 되어 있었고 한국말은 잊었는지 프랑스어만 한다. 한국어는 가끔씩 내가 하는 단어를 따라 한다. 나의 한국어 질문, 아이의 프랑스어 대답.
본인이 살아가야 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그 작은 멀리로 얼마나 열심히 프랑스어를 듣고 저장했을지 생각하면 기특하면서 안쓰럽다.
기록에 대한 나의 다짐
나의 따끈한 이곳의 적응기를 기억하고 싶어서 글, 그림 그리고 릴스를 만들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니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스스로 꼭 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나의 상하이 적응기를 많이 적어두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던 것들이 휘발되어서 사라졌다. 어제 일처럼 기억났던 일들도 이제는 많이 희미해졌다. 그것이 가장 아쉽다. 그때의 젊음을 더 치열하게 기록해 놓지 못한 것! 그때는 특별하지 않던 하루였을 텐데, 지금 다시 그날을 들여다본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날이 될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을 지금에 적용했다. 익숙해지지 않은 이곳의 하루를 차곡차곡 담아두고 20년 뒤에 하나씩 꺼내 보고 싶다.
프랑스어로 말하기
프랑스어로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좋다. 내 생각을 자유자재로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그저 말하기를 시도해 보기에서 조금 더 욕심내 봐야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 문장을 외우고 연습하기.
내가 프랑스어로 말하고 싶은 건 이곳에서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독립을 높여줄 현지어 구사하기.
다짐한다고 마술처럼 언어는 늘지 않는다. 아주 조금씩 나아가기 때문에, 실수하거나 발음이 별로 거나, 못 알아듣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런 과정이 없이 새로운 언어를 잘할 수는 없다. 그 과정 안에서 꾸준히 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자.
영상으로 기록하는 삶
릴스를 하루에 하나씩 올리고 있다. 외국인으로 느끼는 것들, 당혹스러운 것들. 프랑스만의 것들을 영상으로 만들고 있다. 20년 전 상하이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는 카톡도 없었다. 뭔가를 기록해도 쉽게 묵혀두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영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한다.
어쩌면 핸드폰 안의 세상이 있어에 내가 덜 외로운 것일 수도 있다. 적당한 때에 위로를 받고 친구들과 얘기를 하고. 가끔은 내가 프랑스에 있는 건가. 상하이에 있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편한 세상이다.
이따금씩 일하고 싶다, 이곳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것 외에는 한 달 된 나의 프랑스 삶은 특별한 것 없이 순항 중이다. 무탈한 나의 하루하루에 감사하면서 새로운 한 달을 준비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