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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빚어내는 아름다운 부조화의 예술

by 글쓰는 디자이너

나는 어떤 것을 사랑하는가?


취향은 그 사람을 말해준다. 페기구의 음악도 좋지만, 그녀의 스타일 역시 멋지다. 그녀가 말했듯이, 본인의 취향이 자신의 음악과 패션을 만들어냈다고. 내가 먹고 입고 생각하는 것이 곧 나의 스타일이 된다.


나의 취향은 다른 것들의 섞임이다.

같은 것들이 반복되는 것만큼 재미없는 일이 또 있을까?

공간 디자인을 할 때도 의도적으로 성질이 다를 재료를 쓰고, 같은류의 컬러 속에 반대되는 색을 쓰기도 했다. 그래야 그 공간에 재미가 생겨나고 활기가 돈다.

내 파우치 디자인에도 펠트와 아크릴을 조합시켰다. 말랑말랑한 펠트에 딱딱한 아크릴을 사용해서 서로 다른 성질을 독보이게 했다.

같은 것들 안에서는 안정감이 들지만, 이질감은 그 안정감안에서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낸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더 끌린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내게는 즐거움의 원천이 된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너의 나라의 점심"과 "나의 나라의 점심"이 어떻게 다른지 나누는 대화의 즐거움. 다른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오히려 내가 가진 것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왜 다른지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상하이에 살면서 나는 나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일하면서 '내가 이런 장점을 갖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늘 같은 한국인들 사이에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면모들을 외국인들 사이에서 발견하게 된다. '오롯이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이것이 나와 맞는 것이구나'라는 발견의 순간들.


그런 순간들이 소중했다. 평소에 해 먹던 불고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나의 스케치북이 나만의 특별한 무기가 되는 순간들. 결국 나를 이루는 취향이란, 다양한 세계와 만나 발견한 나만의 색채이자,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빚어내는 아름다운 부조화의 예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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