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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흐르는 나의 하루

나는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다.

by 글쓰는 디자이너

분명 나는 내가 꿈꾸던 엄마가 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품에 안은 아이.

작은 숨결 하나에도 벅찬 감동을 느끼며 매일을 살아간다.

아이의 웃음, 옹알이, 첫걸음마,

그리고 그 작은 손이 내 얼굴을 더듬을 때마다

나는 진짜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그런데도 가끔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친구들의 반짝이는 소식들을 들을 때면,

‘나만 4년 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 시절, 나는 일을 멈추고 아이를 품었다.

내 시간은 멈췄고,

그 순간부터 내 삶은 아이의 시간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이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맞춰 나의 하루가 정해졌다.


물론 후회는 없다.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때때로 내 이름으로 불리던 시간이 그리워진다.
나로서 살던 날들이 아련해진다.


그래도 스스로를 다독인다.

인생은 원래 그렇게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법이라고.

늘 맑기만 한 하늘은 없듯,

흐린 날도 있어야 맑은 날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는 법이라고.


나는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다.

조금 느리더라도, 잠시 멈춰 서 있더라도

이 길 역시 의미 있는 여정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며

오늘도 아이의 이름을 부르러 유치원로 향한다.

발걸음은 조용하지만,

그 속엔 내가 선택한 삶이 고요히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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