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자전거를 탈 때도, 딸아이는 두려움보다 재미가 먼저였다.
별거 아니라는 얼굴로
내 딸은 42개월 아이치고는 제법 몸을 잘 쓴다.
처음 자전거를 탈 때도, 두려움보다 재미가 먼저였다.
무엇보다 바람을 가르는 속도를 즐겼다.
그 어린 나이에.
며칠 전, 바닷가에 갔다.
모래사장이 푹 꺼지는 바닥 위에서도 언니 따라 굴러보겠다고,
앞으로, 옆으로, 또 앞으로
넘어지고 일어나고 다시 굴러보고,
그러다 허리를 제법 유연하게 틀기 시작하더니
그 어려워 보이던 동작을 제법 비슷하게 만들고 있었다.
반나절쯤 지나서 보니,
그 작은 등이 허공을 넘고 있었다.
혼자서 백텀블링을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결과를 보장해 주는 것도 없는데
그 애는 끝까지 해냈다.
나는 그걸 한참 바라봤다.
참, 어른은 겁이 많구나 싶었다.
내가 보기엔 도전이고 모험이고 실패의 가능성 투성이인데
그 애에겐 그저 재미있는 놀이였던 모양이다.
집에 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멈춰 있던 디자인을 다시 열어봤다.
선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또 그렸다.
그러다 문득,
나도 별거 아니라는 얼굴로 계속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무늬에 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
아주 어린아이에게서
도전하는 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