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9~09.11
가장 먼저 생각난 제목은 여행의 '이유'였지만 제목과 함께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집도 떠올랐다. 정말 적절해서가 아니라 알고 있는 작품의 제목이라서 생각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여행의 의미'라는 제목도 흔하지만 조금 더 적합해 보였다. 어떻게 해도 진부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여러 단어를 고민하다 '의의'도 떠올랐지만 지나치게 거창한 표현으로 다가왔다.
생애 첫 해외여행이기에 꼭 글을 남겨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관광 사진에 감상을 덧붙이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쓰는 것보다 어떤 여행이었는지 돌이켜보고 정리하는 편이 나을 듯했다.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글을 쓰면서 생각하고, 글을 완성함으로써 여행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오랜 비행시간이 부담스러워 가까운 나라를 놓고 고민하다가 현지 언어가 조금이나마 가능한 대만을 선택했다.
최대한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일이 벌어진 탓에 첫날에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다.
택시 투어가 예정되어 있던 둘째 날 아침 식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출발할 때부터 비가 그쳤고 다시 호텔로 돌아올 때까지 거의 비가 오지 않아 감사했다.
인천에서 타오위안으로 갈 때와 달리 타오위안에서 인천으로 갈 때는 가는 내내 기류가 불안정했고 비행시간이 많이 지연돼서 비행시간만 세 시간이 넘었다. 분명 오전에 출발했는데 공항 리무진을 타고 집에 도착하니 저녁이 되어 버렸다.
오며 가며 너무 힘들어서 호텔과 집에 도착했을 때 기진맥진 했지만 어찌 됐든 무사히 다녀왔다. 출발 전에 여행 자체에 의의를 두자고 마음먹었는데 실제로 다녀와서 생각해 보니 재미있고 즐거웠다는 생각보다 의미 있고 보람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히고 심신이 지칠 때마다 상심했다. 그래도 가지 않은 것보다 훨씬 나으니 스스로 불만족스럽더라도 마음을 다스리려 했다. 본인에게 큰 도전이었고 며칠 지나니 기분이 환기된 것을 느꼈다. 두 번째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