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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Oct 02. 2024

청춘과 나

김주영

아내를 통해 '청춘'이라는 노래를 알게 되었다.

"인생이 가는 길 머나먼 길에 청춘은 꿈같이 값비싼 시절, 순결한 심장에 꽃을 피울 때 청춘은 한생을 대신도 하지, 청춘! 청춘! 청춘을 빛나게 살자, 청춘을 값있게 살자, 한생에 다시 없는 황금의 시절"

아내와 같이 목청 높여 불렀던 노래이다. 가사도 멋지지만 멜로디도 희망차 가끔 생각날 때가 있다.


푸를 청(靑), 해 년(年) 자를 써 청년(靑年)이라고 한다. '청년'은 일반적으로 젊은 나이를 의미하며, 주로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가끔 청년들과 같이 일할 때가 있는데 청춘의 싱그러운 에너지가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청년 나이를 만 39세 까지로 둔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청년들은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참고로 내가 사는 괴산군의 청년 나이는 만 49세까지이다.) 지자체들은 서로 파격적인 지원으로 청년 인구를 늘리려고 한다. 정책나이와 별개로 시골은 6~70대도 청년회 회원인 게 현실이다.


88만원 세대, 흙수저, 헬조선 등 불평등하고 양극화된 사회현상은 청년들을 절망으로 내몰았다. 그로 인한 대책으로 청년수당 등 다양한 지원사업들이 나온 것이다. 나도 2008년에 청년인턴사업으로 채용된 적이 있다. 내가 겪어 본 2030세대들은 똘똘하고 일도 참 잘했다. 취향도 뚜렷하고 자신을 잘 가꾼다. 요즘 헬스장에 가면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지 운동기구 순서를 기다리기도 한다.


나는 한창 꽃피울 나이 청년이 영원할 줄 알았다. 세월이 흘러 중년기에 접어든 나는 코에도 흰 털이 나는 등 비탈을 내려가고 있다. 항상 청년일 것 같은 아내도 한 해 한 해 아픈 데가 늘어간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나 역시 중년이 되고 장년이 되고 노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순리처럼 누구나 가는 길을 나도 걷는다. 잎사귀를 떨구는 가을 풍경을 보니 더욱 그러하게 느껴진다.


햇밤을 오븐에 구웠는데 군밤 알맹이가 돌덩이처럼 딱딱했다. 계속 깨물다가는 내 이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 뱉었다. 큰 아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묵묵히 깨물어 먹는다. 돌도 씹어 먹을 나이라 했던가? 아버지가 젊었을 때 소주병 뚜껑을 이로 따셨다는 말이 떠오른다.


김미경 강사가 자기 나이에서 17살을 빼라고 강조한다. 지금은 100세 시대이니 라이프스타일 나이가 달라졌다고 한다. 내가 43세 이니 26살인 것처럼 살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라고 여겨진다. 비록 청년은 아니지만 청춘은 영원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괴산두레학교 정을윤 시인의 "나는 아직도 현역이다" 시를 옮긴다.


올해 내 나이 팔십육

얼굴에 주름이 가득

허나 몸과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다.


금강산 구경 갔을 때도

일자에 가까운 경사진 곳도

주눅들지 않고 젊은이들과 함께

올랐다.


어려을 적부터 해오던 농사

시집와서도 내 차지

가끔씩 남의 농사도 도와주고

내 주머니 쏠쏠한 재미


난 아직도 총들고 싸우는 군인들처럼

낫들고 콩, 들깨, 참깨 등등

모조리 싹둑싹둑 베는

현역 농사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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