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뜨거운 여름, 옥수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길가에 옥수수 판매장이 들어섰다. 아침 일찍 장작불 연기가 높이 올라가고 있다. 이곳 괴산에는 옥수수 수확이 한창이다.
괴산대학찰옥수수, 긴 이름만큼 가방끈이 긴 대학을 나온 건 아니다. 괴산 장연 출신인 최봉호 전 충남대 교수가 재직 시절 품종을 개발하여 고향에 기여한 것이 대학찰옥수수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괴산에 들어서면 키가 큰 옥수수밭이 많이 보일 정도로 괴산의 대표적인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다. 괴산에 살면서 내가 관찰한 옥수수 풍경을 적어보려 한다.(농사를 지어본 것은 아니다.)
종자를 공급받은 농가는 3월에 포트 한 구멍에 옥수수 씨앗을 정확히 두 알씩 넣는다. 하우스에서 모종을 20여 일 키운다. 그리고 밭으로 옮겨 심는다. 옮겨심었지만 걱정도 된다. 4월 중순에 서리가 세게 내리기도 해 모가 얼어 죽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다시 심는다.
옥수수가 자라고 여러 번 곁순을 따준다.(젖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옥수수는 거름을 맞이 먹는 작물이다. 곁순을 안 따주면 곁순이 거름을 다 빨아먹어 열매가 잘 안된다고 한다. 옥수수 농가를 보면 대개 부부가 같이 짓는 경우가 많다. 파종할 때 씨앗을 마주 서서 같이 심기도 하고 한 고랑 한 고랑 곁순을 따 앞으로 나오며 담소를 나눈다. 고랑에 난 잡초도 뽑아준다. 이때쯤이면 옥수수가 허리 높이만큼 자라서 그늘도 생긴다. 시골에는 노인분들이 농사를 한다. 젊은 사람들은 농사를 하지 않으려 하고 도시로 나간다. 아무리 청년 농부, 귀농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곡식은 시골 노인분들 손에 의해 재배된 것들이다.
한낮은 푹푹 찌는 더위라 아침 일찍 나와 일을 한다. 볕이 따가워질수록 농부의 얼굴이 더욱 까맣게 그을릴수록 옥수수의 계절은 가까워진다. 옥수수 수확 시기가 다가올수록 걱정도 앞선다. 옥수수가 잘 여물었는지 판단하고 수확하는 날을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밭에 자주 찾아 손으로 만져보고 손톱으로 눌러보기도 한다. 옥수수 따는 날, 이날은 여러 인력이 필요하다. 이맘때는 정말 더운 날의 연속이다. 옥수수 정글 속에 들어가 땀을 한 바가지로 흘려 따고 땀을 한 바가지로 흘려 박스에 담는다. 옥수수는 한 대에서 온전한 옥수수 하나가 나온다. 키가 이렇게나 큰데 말이다. 두 개가 달리는데 다른 하나는 작아서 상품성이 없다. 택배 포장으로 직거래하는 경우도 있지만 밭떼기로 넘기는 경우도 있다. 수확하고 나면 옥수수 숲이었던 밭이 감쪽같이 훤해진다. 그리고 얼마 후면 가을이 온다.
옥수수는 수확하고 바로 쪄 먹어야 제일 맛이 있다. 알이 탱글탱글 윤이 난다. 소금이나 뉴슈가를 넣고 옥수수껍데기도 조금 붙인 채로 삶는다. 담백하고 쫀득하다. 가을에 재배한 옥수수는 냉동옥수수로 만들기도 한다.
소독하는 방구차가 마을을 휘젓고 나간다. 이웃이 준 옥수수로 저녁을 대신한다. 칙칙칙 압력솥에서 옥수수 삶는 냄새가 난다. 이번 주말 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작 냄새 맡아가며 산바람 강바람 맞아가며 옥수수 하모니카 부는 재미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