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다, 독일로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떠났다

by 페니레인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 있다.

나에겐 벌써 3년이 지난 기억이 있다.


2022년, 여름과 가을 사이. 나는 무작정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독일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고, 유럽에 가본 적도 없었다. 그저 멀리 떠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마도 이 무모함은, 코로나로 억눌렸던 내 안의 반란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젊고 활발해야 할 시기를 빼앗겼다는 억울함, 그리고 막연한 믿음. 떠나면 뭔가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떠밀었다.


2년 넘는 공백의 시간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런 불안 속에서 떠나려는 마음만이 점점 커졌다.

나는 왜 떠났을까?

이 여행은 정말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지금 이 글을 쓴다.


여름과 가을 사이의 그 쾌적한 날. 나는 학생이라는 특권으로 40kg의 짐을 지고 공항에 도착했다.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한 번에 앉아갈 자신은 없어서, 조금 더 돌아가는 싱가포르 항공을 선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차피 돌아가야 하는 루트였다.싱가포르항공의 보라색 항공기는 나에게 설렘을 더해주었다.


비행기에 타면 대개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잠에 드는 사람 그리고 잠들지 않는 사람.

나는 늘 후자였다.


셀렘에 눈을 감지 못한 건지, 영화로 불확실한 여정을 잊으려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밀린 숙제를 하듯 온갖 영화를 모조리 찾아봤다.

영화 네 편, 드라마 두 편, 그리고 세 번의 기내식 끝에 독일의 상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머릿속이 수많은 물음으로 가득 찼다.

이 선택이 옳았을까.

나는 어떤 것을 얻고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6개월 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대로일 리 없다. 나는, 변화를 원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변화를 원할 땐 주변을 바꾸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조금 과감하게, 국가를 바꿨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꼈다.

익숙한 언어가 사라지고, 익숙한 얼굴들이 사라졌다.

나는 이제 다수가 아니다.


아, 나는 소수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