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과 방황을 읽어보며
오늘은 발명과 방황이란 책을 읽었다. 제프 베조스가 각 매체에서 한 말과 주주서한에서 말한 내용을 엮었는데 제프 베조스 인터뷰를 자주 봤었기 때문에 익숙한 문장들이 많이 보였는데 다시 읽으니 또 감회가 새로웠다.
책 내용자체가 몇 십 년의 발자취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보니 하나의 글 형태이기보다는 인사이트 깊었던 것 중심으로 내 생각과 함께 정리해보려고 한다.
전반적인 생각
- 아마존하면 고객 집착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근데 고객 집착이란 결국 뭘까? 이커머스에 있어서 고객이 원하는 건 결국 3가지이다. 다양한 상품, 빠른 배송, 저렴한 가격.
- 이 3가지를 달성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기나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프 베조스의 주주 서한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인간은 만족을 모르는 종족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원하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아마존은 집착한다는 것이다.
- 끝없는 고객 만족을 추구하기 위해서 장기적 사고를 중시하는 제프 베조스는 혼자만의 두뇌로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끝이 안 날 수도 있는 이 원대한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과 같은 조직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아마존은 고객 집착을 이루기 위해서 모든 조직문화와 경영전략이 철저하게 구성되어 있다. 책의 제목인 발명과 방황은 이 비전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제프 베조스가 지향하는 일종의 방향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마존의 인재상은 발명가를 지향한다. 발명가란 뭘까? 결국 어떠한 대상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솔루션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물론 발명에는 실패가 뒤따른다. 때로는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야 한다. 데이터보다는 직관을 따라야 할 수도 있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방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다.
- 책을 읽고 가장 남는 건, 장기적 사고가 정말 중요한데, 실제 이걸 인생에 대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 같다. 이번에 다시 한번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내 삶에 한번 적용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았던 구절들
사업에서의 방황은 효율과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이때의 방황은 그저 닥치는 대로 아무것이나 하는 방황이 아닌, 분명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방황입니다. 예감, 직감, 직관, 호기심, 그리고 길을 찾기 위해 조금 혼란을 겪고 돌아서 간다 해도 고객이 만족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란 확신이 이끄는 방황이죠
회사가 성장하면 모든 것이 그에 따라 규모를 확장해야 합니다. 실패하는 실험의 규모도 예외는 아니죠. 실패의 규모가 커지지 않으면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규모의 발명을 할 수 없으니까요. 아마존은 회사의 크기에 맞는 규모의 실험을 할 것이고, 그에 따라 가끔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실패도 겪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규모의 실험에 무모하게 달려들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좋은 베팅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지만 현명한 베팅이었다 해서 항상 보상이 따르진 않을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큰 위험 감수는 우리가 대기업으로서 고객들에게 그리고 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일환입니다.
1999년 12월에 106달러였던 아마존은 인터넷 버블 붕괴로 2년 만에 6달러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월스트리트와 저널리스트는 amazon.toast, amazon.bomb라고 비웃었다고 한다. 베조스는 그 상황을 지켜보며 한편으로는 고객 수, 단위수량당 이윤 등 내부 사업지표도 주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오히려 지표는 좋아지고 빨라지는 중이었다.
저 버블이 터진 당시에 나는 비록 주식을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지만, 만일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아마존 주식을 팔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혹은 사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걸 딛고 장기적인 사고로 성장해 왔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매우 대단하다.
용병은 자기 회사의 주식 가격을 올리려 애씁니다. 그와 달리 선교사는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애정을 가지며 고객들을 아끼고 훌륭한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떤 회사에 투자해야 할까? 용병? 선교사?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나이기에 선교사 같은 기업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실패한 실험들은 모두 나열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큰 성공작 하나는 수천 개의 실패한 실험을 만회할 수 있죠
제로투원에서 나온 내용과 비슷하다. 스타트업 투자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하나하나 투자할 때마다 이 성공이 다른 전체 실패를 커버할 만큼의 금액을 벌 수 있는 기업인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일과 삶의 균형보다 일과 삶의 조화가 더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터가 자신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는 느낌, 혹은 팀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받음으로써 에너지와 즐거움을 얻는다면 어떤 일이 됐든 그것은 집에서의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니까요.
제게 직접 보고하는 직위의 사람들은 현 분기에 초점을 맞춰선 안됩니다. 제가 월스트리트의 사람들과 분기별 화상회의를 가지면 그분들은 제게 이번 분기 높은 실적을 올리신 걸 축하드립니다라 할 테고 저는 감사합니다고 답하겠죠. 하지만 이번 분기의 결과는 이미 3년 전에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2023년의 어느 때엔가 드러날 분기의 일을 하고 있죠
실제 이렇게 일을 하고 있다면 매우 매우 놀랍다. 일하면서 이렇게 고려하면서까지 일을 하진 않았던 것 같아서 약간 반성..
저는 감히 예상해 봅니다. 여러분이 여든 살이 되어 혼자 조용히 자기 삶을 되돌아볼 때, 가장 집약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부분은 아마 자신이 내렸던 일련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이죠. 우리는 우리가 한 선택의 결과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저는 장기적 사고란 곧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존에 새로 영입된 임원들은 재무성과를 논의하거나 재무목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대단히 짧다는 데 놀라곤 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우리 역시 이런 재무 성과를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사업에서 통제 가능한 인풋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 재무성과를 극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여기는 것이죠
우리는 고객경험의 개선은 축하하지만 주가의 10% 상승은 축하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났다 해서 우리가 10% 더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장기적 사고와 주식 투자에 대한 인사이트 얻을 수 있는 부분
이전에 여러 번 이야기했듯 우리는 주주 여러분의 장기적인 이해관계가 우리 고객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히 연관된다고 굳게 믿습니다. 우리가 맡은 일을 잘 해낸다면 오늘의 고객들은 내일 더 많은 물품을 살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고객을 모을 것이며, 이로써 현금흐름이 늘어남은 물론 우리 주주의 장기적 가치 역시 상승할 것입니다.
고객의 가치 추구가 장기적인 주식 가치와 align 되는 기업.
장기적 사고는 진정한 주인의식의 필요조건이자 결과입니다. 주인은 세입자와 다릅니다. 제 지인은 어느 부부가 집에 세입자를 들였는데, 그 세입자 가족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면서 별도의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못으로 바닥에 고정해 버렸다더군요. 당장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질 나쁜 세입자였던 것이죠. 주인이었다면 그런 근시안적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 단기 세입자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지나치게 빨리 전환시켜 주식을 일시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사실상 주식을 임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주주서한이다 보니 오히려 이런 투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수학(데이터) 기반의 결정은 광범위한 합의를 이끌어냅니다.(당연히 근거가 있기 때문에) 그에 반해 판단 기반의 결정(직관 기반)은 반대에 부딪히거나 논란을 일으키곤 하며, 실제로 실행되어 효과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그런 반대와 논란을 피하기 힘듭니다. 논란을 견디고 싶지 않은 조직이라면 자신들의 의사결정을 첫 번째 유형의 것으로만 제한하면 됩니다. 다만 그렇게 할 경우엔 논란뿐 아니라 혁신과 장기적 가치창출도 크게 제한될 것이라는 게 우리의 시각입니다.
주당 잉여현금흐름은 우리의 궁극적인 재무 척도로, 우리는 이를 장기에 걸쳐 높이고자 합니다.
왜 아마존은 다른 기업처럼 수익, 주당 순수익, 수익 증가를 가장 우선시하지 않는 것일까요? 간단히 대답하자면 이렇습니다. 수익은 현금흐름으로 바로 전환되지 않으며, 주식의 가치는 미래수익의 현재가치가 아닌 미래현금흐름의 현재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미래 수익도 주당 미래현금흐름의 구성 요소입니다.(그러나 유일한 중요구성요소는 아니죠.) 미래의 주식희석과 운전자본, 자본지출 역시 중요한 요소고요.
추후에 현금 흐름 기반의 valuation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해 봐야겠다..
기타
- 최근 AI로 촉발된 에너지 shortage가 예상되는데 생각보다 AWS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효율에 대해서 일찍부터 신경 쓴 것 같다. 이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 AWS 인프라의 에너지 효율은 미국 기업의 데이터센터들이 갖는 에너지효율 중간값보다 3.6배 높습니다.
- 제프 베조스가 한 말은 아니고 벤자민 그레이엄이 한 말인데 너무 인상 깊어서 적어본다. "단기적 측면에서의 주식 시장은 투표 기계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저울이다."
-> 단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그날그날 올라갈지, 떨어질지 투표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가면 결국 그 주가는 해당 주식의 본질적 가치를 측정하는 저울의 싸움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