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너무 버겁고 힘에 부쳐서
그만 할까, 그만 살까, 싶은 순간이 와요.
그 순간, 가족이라는 존재가
족쇄가 되어 내 발목을 죄고 나를 붙잡아요.
도망치고 싶고 벗어나고 싶고 사라져 버리고 싶은데
내 몸이고 내 삶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눈물을 참고 참다가
기어이 터져나오는 눈물을
성당에 가서 몰래 울고 나오는 거예요.
지키고 싶은데 놓고 싶기도 해요.
놓고 싶다가도 지키고 싶어져요.
이 두 마음이 계속해서 충돌을 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겠는 순간이 오면,
비겁하지만 도망치고 싶어져요.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은데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으니
차라리 포기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그러면
다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그만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피해자로 둔갑되는 거예요.
그리고는 나를 원망하고 나를 비난하며
내가 나를 괴롭혀요.
종내에는 내가 너무 가엾어서
울고 또 울고 울기만 해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그렇다면 이 상황을 잘 이겨내야 겠죠?
하지만 이겨낼 자신이 도무지 없어요.
그저 내가 가엾고 또 가여워서
그저 눈물만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