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여정 May 15. 2024

엄마 포기하지 말아줘.

< 2024. 4. 4. / 엄마 중환자실 입원 11일째...>




침대에 묶인 채 누워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졌어.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엄마의 성격을 내가 아는데,

벌써 며칠 째 저렇게 갇히고 묶여서

옴싹달싹하지 못했을 엄마를 확인하니

마음이 무너져 내렸어.



간호사가 엄마의 이름 석자를 크게 외치며

엄마의 시선을 모아 보지만,

마치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는 듯,

엄마의 공허한 눈빛은 변함이 없었어.



엄마.

나야, 엄마딸.


내가 내 이름을 크게 외치자

왠지 엄마의 동공이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나는 침대에 묶여있는 엄마의 손을 잡았고

참고 참았던 감정들이 폭발하듯 눈물이 쏟아져 내렸어.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마스크 안으로 콧물이 어찌나 쏟아지던지...


인공호흡기에 호흡을 의지하고 있는 엄마의 입안은

그야말로 피범벅이었어.

혓바닥은 말라 있고 잇몸 또한 붓고 찢어져서 피가 굳어 있고

입술 또한 부르트고 찢어져서 입술선의 경계가 없어져 있었지.


엄마는 지금 폐렴을 심하게 앓고 있고

뇌경색과 뇌졸중이 같이 왔다고 했어.

항암을 계속했던 몸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거의 0이고

의료진분들은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하고 있지만

결코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언가를 시도하여 바꿀 수 있는 게 있다면

나는 기꺼이, 기어이 그렇게 할 거야.

하지만 나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면회시간은 삼십여분.


나는 쉴 새 없이 떠들었어.

엄마한테 고생 많았다는 말도 하고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도 하고

엄마 퇴원해서 같이 하고 싶은 일도 말하고

매번 탈락했던 '전국노래자랑' 도전하라고 말하고

손잡고 성당 가자고도 말하고

엄마 퇴원하면 하지 말아야 할 일도 말하고.



엄마 절대절대절대 포기하지 마. 를 외치며

쉴 새 없이 말하고 또 말했어...


엄마의 눈에 눈물이 한 방울 만들어지더니

이내 고여서 또르르 흘러내렸어.


간호사님. 간호사님.  저희 엄마 울어요.

하고 다급히 외쳤지만,

간호사는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별 대꾸가 없었어.


야속하게 느껴졌고 화가 났어.

나는 엄마의 의식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고

기대와 희망을 다시금 붙잡고 나는 주께 기도했어.


병자를 위한 기도를 읊고

엄마의 손과 발을 주무르고 또 주물렀어.


이미 엄마의 오른쪽 새끼발가락은 괴사가 시작되었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면회시간 30분은 너무나도 짧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너무나도 없어.


마음을 다잡고 담담하게 들어가는데

엄마를 보면 나는 다시 또 무너져 내리고

그렇게 무기력하게 하염없이 울고 또 울게 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엄마.

엄마 내가 어떻게 해야 해.


엄마.


엄마.



작가의 이전글 벚꽃 만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