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면서 놓쳐버린 게 많은 것 같다. 아니, 확실히 놓쳐버린 게 많다.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외모'와 '노래실력' 정도다. 우습겠지만 어릴 때 내 사진을 보면 정녕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예뻤고 우리 가족과 일가친척들의 대표적인 자랑이었던 것 같다. 모두가 나를 데리고 다니며 "애기 예쁘네요~"라는 말을 듣고 뿌듯해했으니깐. 하지만 청소년기를 거치며 나의 부정적인 마음씨와 생각으로 외모를 놓쳐버렸다. 역변의 길로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어릴 때 나는 꽤나 노래를 잘 불렀다.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서 합창단 권유를 했을 정도로 노래실력이 나름 괜찮았던 거 같은데, 노래방 한번 가지 않았던 암흑기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역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목이 돼버렸다. 결정적으로 전 남자친구의 "너는 노래를 잘 못 부르는 편이야."라는 직설화법과 대학교 새내기 시절 내가 노래만 부르면 처지는 분위기가 심리적으로 나를 더 위축시켰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내가 이것들을 놓치지 않았다면 덜 스트레스받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회사 메신저 사진만 봐도 나보다 예쁜 사람들이 수두룩해 위축되기 일쑤고, 직원들끼리 예쁜 사람을 논할 때 내가 끼는 법이 없으니 못내 아쉽기만 하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왕이면 예쁜 게 직장에서도 유리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리고 노래방 회식 이슈만 나오면 나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대체 내가 노래방에서 뭘 불러야 한단 말인가. 다행히 코로나19 덕분에 아직 노래방 회식은 그간 겪지 못했다. 옹졸하고 소심한 나는 이런 것까지 스트레스 요인이다.
이렇게 놓쳐버린 것들이 결국 스트레스 요인이 돼버리니, 어느 순간 삶의 태도를 '무조건 부딪히자'로 바꾸게 되었다. '늦기 전에 도전'부터하고, '안 해서 후회할바에 하고 후회하자' 주의로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굉장히 빙빙 돌려서 본론을 얘기하는 감이 없잖아 있는데, 아무래도 내 글을 남겨봐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셀프 출판도 많이들 하고 블로그도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는데 내가 못할 건 없지 않은가.
나는 버스에 올라타 멍 때리며 창밖을 보고 있으면 종종 글감이 떠오른다. 여태껏 그 생각들을 늘 흘려버리고 말았는데 요새는 생각날 때마다 폰에 저장해 놓는다. 그때그때의 내 생각을 이렇게 기록해 놓고 10년, 20년 뒤에 보면 큰 재산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 글이 그저 흑역사로 남는다 하더라도. 물론 여기에 쓰는 글이 거창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정식 글쟁이가 아니니 그만큼 능력도 안되고 부족한 게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지금 내가 누구고, 어떻게 살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이 순간을 남긴다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 더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나를 알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공간이 충분한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주절주절 써버렸지만, 아무튼 그래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지금의 나를 놓치지 않고 기록하기 위해. 더 이상 이런 걸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