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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ul 02. 2024

배울라고 왔어요(나는 배우다 2)

심장이 뛰어요. 저 살아있나 봐요.

설렌다. 나흘 남았던가?

기대된다. 사흘만 지나면 그날이지?

두근거려. 내일이다.



7시 알람이 울린다.

'아이들 학교 보내야지. 아무래도 일어나는 게 좋겠다'며 겨우 일어나는 시간이지만 오늘은 즐겁게-벌떡과 웃으며를 동시에- 일어났다. "신난다 재미난다. 어린이 명작동화~~~"노래가 절로 난다.(70년대생 어린이 80년대 초 어린이만 아는 '어린이 명작 동화' 주말 아침 텔레비전 주제곡)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루틴과도 같은, 소파와 한판 뒹굴기 책과 눈 맞추기 전화기와 사랑하기를 패스한다. 옷을 입고 짐도 챙긴다.


10시 수업이다. 주차장이 좁아도 너무 좁은 언덕 꼭대기 연암도서관은 일찍 가야 차에서 도서관까지 걸어가는 거고, 아니면 등산이다. 아침부터 산 좀 타도되겠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은 마음이 -평소와 똑같이-없다. 9시 칼키를 챙긴 후 흥분한 마음을 다독여주지도 않고 주차장으로 간다.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1차선 2차선 정지 주행 역주행 이건 아니고…. 도착~이려나? 성공일까 싶은 마음으로 올라간 도서관은 이미 9,900원이다. 나까지 주차금지에 대고 만원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 다시 하산. 300미터 먼 곳에 차를 댄다. 평지를 걷고 언덕을 올라 108계단을 타고나면 유리문 앞에 헐떡거리며 서 있는 내가 보인다. 

하악하악하악 도차악해뜨아아아.


여유 있게 나오길 잘했지. 숨차게 운동했는데도 시간이 있다. 교실을 찾아본다. 종합 자료실과 어린이실 외에는 둘러 볼일도 헤맬 일도 없는 도서관. 어딘 거야? 1층, 종합자료일 근처는 당연히 없을 테고. 2층에 있으려나? 남은 시간 알차게 탐방으로 보내려는 마음인지 굳이 올라간다. 오~~ 앉아서 책 보는 곳이 많네. 다음에 여기서 책도 보고 그림도 그려야겠어. 좋은 정보 하나 얻었다며 즐겁다 말고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돌아다녀 보지만 미로에 갇힌 상태. 그때 같이 현관문을 넘어왔던 여성이 세미나실(? 장소도 몰랐습니다)이 어디냐 사서께 묻고 있다. 아! 감 왔어. 세미나실이구나. 빠르게 3개 층을 이동시켜 줄 엘리베이터로 세 발 옮겨 선다. 마침, 미화원께서 버튼을 누른 생태라 아무도 안 들리도록 복화술로 "스므나실으드에으"라고 묻는다. "지하예요. 이거 타고 같이 가요"라며 고민하는 나를 배려해 준다. "감사합니다" 3층이라 다행이다. 2층이면 엘리베이터 타기 눈치도 보이고 그러면 안 되기도 하고 집에 갈까 싶기도 하고…. 그럴 텐데, 기쁘다.


결승선 문을 함께 통과한 분과 같이 내려 찾아간 곳에선 과자와 물이 든 음식 봉지도 준다. 맞게 왔나 보다.

<나는 배우다>라는 안내판이 문 앞에 문지기처럼 서 있다. 종이에 서명하고 강당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많다. 나도 이팔청춘은 아니지만 다들 50, 60대다. 아니 평소 매 순간 사는 게 연기 같긴 하지만, 이 아줌마들이 다 연기를 하려고 왔다고?? 놀랍고 신기한 마음이다. (알고 보니 무료 수업에 자주 다녀 서로 아는 사람들이고 그렇습디다) 모인 분들이 어떤 사람들일지 몰라 긴장도 살짝 되지만 그만큼 호기심도 인다. 새로운 일이 일어날 예정이라 두근거리는 마음이 카페인 과다복용상태 같으면서도 싫지 않다. 그러는 사이 평상 같은 공간에서 긴밀히 얘기 중이던 분이 앞으로 간다. 혹시 이분이 선생님?





나는 배우다 수업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인문학 수업인데 인문학이란 것이 별스럽거나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인문학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말입니다. 인문학을 어떻게 풀지 고민되더라고요. 학문적으로 들어갔다 와야 하나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하나...하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고 그렇다면 괜히 복잡하게 말고 직진하는 방향으로 해야겠다 싶더군요. 연기도 인문학이거든요. 굳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본론으로 쉽고 편하게 말씀드리며 가겠습니다.

...

 강의 제목에서 눈치채셨겠지만 '나는 배우다'는 배운다는 의미, 연기하는 배우라는 의미 둘 다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12회의 수업은 나눠드린 커리큘럼으로 진행될 예정이고요. 11회에는 무대에 연기를 올릴 겁니다. "헐.."

"오 마이 갓~"

"하하하하"

극단 <현장> 공연장에서 이루어질 거고요. 12회는 품평회를 하겠습니다.

….

아무래도 연기다 보니 인물을 맡아서 해야 하고요. 그래서 지금 오신 분들은 앞으로 최소 11회는 계속 오셔야 합니다. 합을 맞췄는데 빠지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니까요. 자 그러면 자기소개 간단히 하는 시간 갖고 시작하겠습니다.


 '연기를 할 수도 있겠다' 정도는 예상했지만 <극단 현장>무대에서 제대로 된 연극으로? 세상에나.. 살다 살다 별 경험을 다 해보는구나. 오래 살고 볼 일. 해보고 싶었던 체험 '연극 현장' 기대 가득이다. 그건 그렇고 면접도 아닌데 갑자기 떨리기 시작하는 자기소개. 옆에 떨고 있는 여성이 보인다. 아마 내 모습이겠다 싶다. 다행이다. 나만 그런 거 아니라서….


다음 회에서 계속


사진 속 저는 누구일까요? 찾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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