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라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명상의 목적이 뭔가요?
스스로에게 매우 신선한 질문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마치 찐빵을 떠올리면 팥이 당연하고
짜장면을 떠올리면 단무지가 당연하듯
마음공부에 명상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으며
나는 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고 아직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명상을 해보기 전에
저에게는 ‘명상’이라 함은 무언가 종교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여하튼 뭔가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나와는 관련 없을 것 같은 거리감이 있었죠
그렇게 지내다
우연히 어떤 책 한 권을 만나게 됩니다.
일본 스님이 쓴 ‘생각 버리기 연습’으로 기억합니다.
이 책을 읽고 저는 생각을 버린다라는 신박한 개념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인생동안 끊임없이 떠오르고 흘러가는 생각이었기에
그저 당연하게만 받아들였는데
이런 시끄러운 생각들을 버릴 수 있다니
책의 저자는 오감에 집중함으로 생각을 비우라고 했습니다.
평소 우리가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는 오감을요
무심코 지나치며 본 것을 다시 보고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등
내 감각에 온전히 집중해 보는 것입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 이것 조차 명상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명상을 바라보는 저의 시각도 변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처음으로 명상 다운 명상을 접한 것이 호흡명상이었습니다.
명상을 생각하면 꼭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사람의 모습이 연상되곤 했는데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저 들이쉬고 내쉬고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딱 저의 상상 속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것 역시 꽤나 신박했었는데
10분여 시간 동안 호흡에 집중하고 눈을 뜨면 머리가 무척이나 상쾌해져서
그 기분이 너무 좋아 꾸준히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명상은 딱 이 정도면 됐다 싶었었고
간혹 명상콘텐츠들에 등장하는 '참나'이니 하는 것은 역시나 나와는 상관없는 정말 도를 닦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너무 딥한 주제로만 여겼습니다.
그저 ‘일반인’인 저는 호흡 명상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실제로도 머리가 복잡하거나 여러 가지 상황들로 감정이 무거울 땐 조용히 앉아 호흡명상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습니다.
스티브잡스와 같은 유명한 사람들 마저 명상을 한다는 사실에
평소 호흡명상을 하던 저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좋은 비기하나를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만으로도 명상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었고요.
정확히는 허무함이 찾아오기 전까지였습니다.
뭘 해도 즐겁지 않고
밑 빠진 독처럼 계속 채우려 해도 비어있는 느낌
그리고 그것에서 오는 공허함, 허무함에 사로잡혀
우울감이 점점 그 덩치를 키워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리 호흡명상을 거듭해도 그 허무감을 떨쳐버리긴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에 이전에 읽던 영성 관련 책들을 읽다가
당시에는 내 영역이 아니라 여겼던 ‘참나’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책에서는
나는 내 몸이 아니며 생각, 감정이 아니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겪는 이 허무함 또한 내가 아니란 것이니까요
그전까진 너무나 당연하게
내 몸, 내가 느끼고, 내가 먹고, 내가 화나고 내가 슬프고
모든 것이 ‘나’ 위주였던 세계를
완전히 색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생각을 버린다라는 개념이 저의 첫 번째 생각의 틀을 깨 주었던 것처럼요
그렇게 관심을 이어가며 꾸준히 공부를 하다 보니
‘참나‘의 상태를 경험하고 싶어 졌고
명상도 계속해서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제가 머리를 비우고 상쾌함을 느끼기 위해 명상을 했다면
지금은 나의 근원을 느끼기 위해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지게 되어 1편 2편으로 나누어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 현재 제가 명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나 의식의 성장 단계등 이후의 내용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라이킷이나 댓글을 남겨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