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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 Nov 22. 2023

그곳에서는 잘 지내고 있는지

「러브레터」, 1999


'오겡끼데스까'와 동시대에 살지 못했던 나는 안타깝게도 24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외쳐볼 수 있게 되었다. 잘 지내고 있는지, 참 늦은 안부 인사다. 그럼에도 괜찮다고 생각해볼까 싶다, 그 사람은 그곳에 계속 있었을 테니까. 언젠가 눈이 가득 내리는 날 인사하러 가보고 싶어지는 마음이다.


러브레터의 가장 대표적인 장면만 알고 있었다. 오직 그 장면만 보고, 앞 뒤 내용을 단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건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랬기에 러브레터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으니까! 배경지식 없이 영화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참 소중하다. 


히로코의 감정선이 참 좋았다. 남자친구였던 이츠키를 떠나보낸 후 슬픔에 잠기지만, 이츠키의 친구 이츠키와 대화를 나누며 서서히 그를 보내주기까지의 과정과 감정들이 잔잔하게 스며들었다. 혹시나 그일까 싶은 희망과, 그가 아니었기에 나타난 실망감과, 그러나 그를 알고 있어 나눌 수 있던 얘기들을 즐거워하고. 한 사람이 슬픔에서 벗어나 나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건 얼마나 행운인가 싶다.


크게 보면 로맨스 영화지만 왠지 단순히 로맨스라는 장르 안에 가둬두고 싶지 않다. 다큐멘터리를 본 것 같은 느낌이다. 가상의 상황이 아닌 진짜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본 기분이라, 그래서 더 마음을 울리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가까이 느낄 수 있어야 오래 남는 법이다.


아키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 슬퍼하고, 그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고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 그리고 아키바 또한 함께 고립됐었기에 더더욱 힘들었겠구나 싶다. 그 산에 다시 데려가는 것도 얼마나 큰 용기였으며, 비록 조금은 독단적인 행동이라고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히로코를 생각하는 마음은 전달되었다. 


단순히 히로코와 이츠키의 사랑이 주가 되지 않는다. 편지를 받은 히로코와 그녀의 가족들의 사랑도 또 다른 주 요소이다. 눈이 쏟아지고, 길도 없어져 가지만 할아버지와 엄마의 히로코를 향한 사랑만큼은 뚜렷하다. 다시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겠다는 그들의 의지일지도 모른다. 1시간 안에 도착하겠다고 자신한 히로코의 할아버지는 정말 약속을 지켰다. 그 마음이 전달되었기에 히로코는 다시 건강을 찾았을 것이다. 


사랑은 많은 것을 알려주고, 많은 것을 포용한다. 어느 순간에서나 사랑은 존재할 수 있다. 러브레터는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다. 어떤 순간에도 잃지 않는 그 마음, 사랑을 나타내기에 충분한 영화다.


이번 겨울에도 히로코와 이츠키가 편지를 주고받았을까?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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