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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걸어서 뇌 속으로 Jul 15. 2023

불안한 마음은 어디에서 피어나

편도체가 다른 뇌로 가는 혈류를 납치하다! (불안장애)

고전 설화에 보면 어둑서니라는 요괴가 나온다. 어둑서니는 사실 별 거 아닌 요괴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무서워하면 할수록 덩치를 키워서 정말로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고 한다. 나는 불안장애가 어둑서니와 비슷한 것 같다.


불안장애는 우리의 뇌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오 판단하고 오버해서 난리 부르스를 추는 걸 말한다. 누구나 불안을 가지고 살지만, 불안장애는 그 불안의 정도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까지 할 때, 장애라 부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불안장애는 그럼 왜 생기는 걸까? 이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만 년 전, 인간이 수렵활동을 할 때, 인간은 맹수들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일 때가 많았을 것이다. 그렇게 절체절명의 상황일 때, 우리의 몸은 일시적으로 ‘전투’ 혹은 ‘도망’ 태세로 변한다. 우리의 동채는 주위 상황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 커지고 심장박동은 더 빨라져서 근육을 더 잘 움직이게 긴장된 상태로 만들고 더 많은 산소를 받아들이기 위해 숨은 가빠진다. 위장과 장으로 가던 혈액은 근육으로 가기 위해 줄어들어 배가 체할 것 같고 뇌의 컨트롤 타워는 이성적 사고를 하는 전두엽에서 생존적 사고를 하는 편도체로 넘어간다. (이걸 뇌과학에서는 편도체가 전두엽으로 가야하는 혈류를 납치한다고 표현한다.) 고대에서 우리의 생존에는 이성적 판단보다 본능적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숲에서 ‘와작!’하고 나무가 크게 밟히는 소리가 들린다면, 무슨 소리인지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일단 도망치거나 싸울 태세를 갖추는 게 생존적으로 더 유리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인체는 아직도 그 수만 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 생존의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라는 것이 현대에 와서는 꼭 육체적 생존이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우리의 뇌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속적인 스트레스나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쟁이나 왕따 등), 우리의 뇌는 생존이 위협받았다고 판단해서 육체적으로 생존에 유리하도록 몸을 만든다. 근육이 긴장되고, 당장 자리를 피하거나 싸워야 할 것 같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없고, 죽을 것 같은 위기감이 들고, 숨을 잘 쉬기 어렵고 등등 말이다. 그러니까 사실 불안 장애는 내가 나를 살리려고 뇌가 노력하는 것인데, 그저 그 노력의 방향이 구시대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뇌를 고대인에서 MZ세대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정신적인 것이지 육체적 생존에 위협이 되는 스트레스가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육체적으로 패닉 하지 말아 달라고 뇌에게 말할 수 있을까?


불안의 가장 좋은 해결법 중 하나는 부딪히는 것이라 한다. 나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상황에 스스로 노출되어서 내 뇌가 이 상황이 사실 생각만큼 생존에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게 반복되다 보면 뇌는 비슷한 상황이 생겨도 그렇게까지 생존 모드로 돌아서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나는 내가 운전할 때마다 사고를 낼 것 같은 불안감이 있지만, 그럴 땐 피하고 싶은 내 마음을 정말 힘들게 무시하고 차를 몬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되새긴다. 한 번에 이뤄지진 않지만 서서히 나는 나의 불안이 생각보다 과장되었음을 인지하고 서서히 불안의 크기를 줄여나간다. 어둑서니는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다는 걸 인지할 때, 작아지듯 불안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인지행동치료도 도움이 된다. 범불안장애처럼 시도 때도 없이 불안하다면, 보통 편도체가 자주 활성화되어서 좀 가만히 있지를 못하도 하입보이처럼 들떠 있어서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럴 땐 편도체를 좀 진정시켜 보려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부정적 경험에 긍정적 경험으로 반박한다던지 (난 운전을 잘 못할 거야 -> 어제도 운전 잘하고 돌아왔어) 불안해하는 이유들을 적고 그 옆엔 불안해하지 않을 이유를 적는다던지 말이다. 또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에만 불안해하고 그 시간 외는 그 걱정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나는 밤 11시에만 내 텅 빈 통장잔고를 걱정할거야. 그 전에는 그냥 일상을 살아낼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핵심은 불안해하는 뇌를 달래는 것이다. 어둑시니처럼 커져버린 공포를, 도망치거나 싸우는 게 아니라, 생각보다 별 거 아니라는 걸 계속해서 인지하는 것이다.


물론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포기하고 싶고 숨고만 싶을 때가 다반사이지만 그래도 그러면 안 된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삶은 때때론 비가 내리고 천둥이 몰아치고 돌풍에 휩쓸리지만 결국 날은 갠다. 잠시의 햇살은 따사롭고 결국은 괜찮아질 것이다.


팁! 특정 공포증(포비아)의 경우 최면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팁! 하입보이인 편도체로 인해 이상이 생긴 뇌호르몬들의 균형을 다시 잡아주도록 약을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공황장애의 경우, 보통 처방받는 약은 근육으로 가는 신호를 셧다운 해서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약인 경우가 있는 데, 그때 절대 술과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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