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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하영 Jul 09. 2023

치앙마이 일기 9

수영강습 마야몰 페퍼런치 파워마사지 화상 망고

7월 7일 금요일


오늘은 10시에 수영강습이 있는 날이라 서둘렀다. 9시에 볼트를 불러 수영장으로 출발했다. 조금은 거리가 있는 곳이다. 데스크에 10시에 수업이 있다고 했는데 영어를 잘 못하시는 분 같다. 번역앱을 열어 “10시에 수영 수업을 예약했다.”라고 쳐서 보여주니  저쪽으로 입장하란다. 블로그 글 대로 탈의실과 샤워실 시설은 그냥 그랬다. 운동화를 신고 와서 맨발로 있어야 하는데 바닥에 벌레도 간혹 보였다. 쪼리를 가져올걸. 그래도 샤워실 안에는 발판도 있고 물도 잘 나왔다. 샤워실 락커는 다행히 한 자리가 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수영장에서 여자는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을 나왔다. 시설은 낡았지만 엄청 넓고 수질 관리는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이 많은 외국인 2-3명 정도가 평온하게 선베드에 누워있었다. 그늘 진 곳에 대충 자리를 맡고 수업 10분 전에 물속으로 들어갔다. 수영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직 물공포증이 좀 있다. 처음 들어갈 때 숨이 잘 차고 두세 바퀴 몸 푸는 시간이 있어야 숨이 길어진다.  

10시에 맞춰서 선생님 Nat가 들어왔다. 먼저 수영실력을 보여달라고 해서 가장 자신 있는 자유형을 보여줬다. 무엇을 배우고 싶냐고 해서 2년째 접영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잘 해보자면서 바로 수업에 들어갔다.영어 발음을 알아듣기 좀 힘들었지만 키판을 들고 한 방향씩 세로로 누워 발차기하는 법, 물속에서의 손 모양, 몸 전체 웨이브 등 차근차근 잘 알려준다. 한 팔 접영, 양팔접영도 순서대로 해봤다. 목 웨이브가 잘 안 되는 것도 집어줬다. 웨이브, 팔, 호흡, 다 같이 하려니 신경 쓸게 많다. 50분이 지겨우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는데 한 번도 시계를 안 보고 지나갔다. 레슨 후 한 시간 자유수영 시간이 있지만 햇볕도 많이 뜨겁고 mp3 배터리도 없어서 바로 나왔다. 나중에 알았다. 나는 한 시간 동안 정말 제대로 구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샤워를 하고 거울로 내 등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주 선명한 수영복 자국이 문신처럼 새겨졌다. 챙겨 온 알로에를 충분히 발랐지만 등은 손이 닿지 않아 제대로 바를 수가 없었다.

택시를 불러 오랜만에 마야몰을 갔다. 거기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다. 볼트 기사님이 지하에 내려줘서 지하로 들어왔더니 차트라뮤 매장이 있었다. 우선 타이티 한 잔을 먹으면서 점심 메뉴를 고민했다. 두 바퀴를 돌았는데도 지하 매장에는 딱히 먹을 게 없어서 예전에 봐두었던 4층에서 페퍼런치를 먹기로 했다. 대학교 때부터 참 좋아했는데 한국에는 이제 매장이 없어진 것 같다. 그래서 해외여행 갈 때마다 발견하면 먹는 편이다. 런치 메뉴가 있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페퍼라이스를 시켰다. 미소 된장국과 음료가 같이 나온다. 166 밧트.  치앙마이에서 어느 매장마다 직원들이 넘치는 것을 보고 인건비가 많이 싸구나 싶었는데 여기는 유일하게 직원이 부족한 매장 같다. 직원이 요리도 하고 주문도 받고 계산도 한다. 치우지 못한 테이블을 그대로 뒀다가 손님이 오고 나서야 치워준다. 그래도 의심 할 필요없이 친절하다.

오늘은 수영짐까지 짐이 많아서 근처 카페를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스터디 카페로 봐뒀던 CAMP 카페로 갔다. 카운터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2시간 wifi 무료 이용권을 준다. 태국 대학생부터 외국인까지 사람들이 많았다. 한쪽은 통창으로 도이스텝 뷰가 있다. 하늘도 맑고 기분이 좋다. 계단으로 된 곳에 자리를 잡아 일기도 쓰고 영상 편집도 했다. 한창 집중하다 보니 등이 후끈후끈하다. 수영장에서 탄 등이 이제야 반응을 하나보다. 급한 대로 가방에서 알로에 젤을 꺼내 화장실로 가서 긴급 처방을 했다. 6시에 숙소 근처 마사지샵에 마사지를 예약했는데 받아도 되나 싶다가 알로에를 바르니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그냥 받기로 마음먹었다.


4시 30분쯤 나와서 인터넷에서 검색한 화상연고를 사려고 하니 부츠와 약국 모두에서 안 판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회사가 2-3년 전에 없어져서 그 연고는 안판다고 한다.) 알로에 수딩이 있길래 사고 볼트로 택시를 불렀는데 비가 오고 길이 막혀서인지 거의 50분을 기다렸다. 앱에서 차가 움직이지 않길래 오고 있냐고 메시지를 보내니 차가 엄청 막힌다고 한다. 다행히 예약한 마사지샵에 구글 메시지를 보내서 차가 막혀 늦는다고 하니 괜찮다고 답이 왔다. 드디어 기사님이 왔다. 한국이었으면 기사가 엄청 짜증 냈을 상황이었는데 밝게 인사를 해준다. 숙소에 짐을 놓고 마사지 샾을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마사지샵에 내려 바로 왔다. 구글 리뷰에 압이 많이 세다는 의견과 너무 잘한다는 리뷰가 많았다. 원래는 전날에 가려고 했는데 예약이 다 찼다고 해서 오늘로 예약했다. 너무 강한 마사지는 안 좋아하는 편이라 오일 마사지로 예약했다. 인테리어도 깔끔했고 소문대로 사람들이 많았다. 방으로 안내 후 옷을 주며 5분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6시 30분 정도 되어서야 젊고 미소가 환한 마사지사가 들어왔다. 누워서 발바닥을 처음 지압하는 순간 바로 촉이 왔다. 보통이 아니구나 ㅎㅎ 진짜 압이 셌는데 잘 알고 누르고 있다는.. 마스터의 느낌이 강하게 왔다. 아프긴 아팠지만 “살살해주세요.” 하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내가 좀 더 참아봤다. 처음으로 팁을 두둑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 동안 어깨와 등이 말 그대로 부서지고 나서야 나의 마사지는 끝이 났다. 눈이 갑자기 맑아졌다. 개안을 한 기분이다 ㅎㅎ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마사지 사가 밖에서 쉬고 있다. 쌍따봉을 날려주며 팁을 줬다. 옆에 마사지사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한국말로 “아파? 내일 시원해~”


숙소를 도착해 1층 로비에서 (wifi가 빠르다) 조카 상진이와 영상 통화를 했다. 여기 생활도 좋지만 돌아가는 날도 설레는 이유는 조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다. 엄마가 집에 오셨는데 둥이들이 우리 집에서 잔다고 한다. 가끔 우리 집에서 자면 내가 다음 날 예쁘게 조식을 차려주는데 고모가 없어서 아침은 어떻게 할거냐고 하니 과일하고 야채가 있어서 괜찮다고 한다. 귀여운 것들. 평소에도 심심하면 조카들 아기 때 사진을 보면서 인류애를 충전하는데 오늘도 인류애가 가득 찼다.


저녁은 간단히 망고나 먹고 싶어서 야시장 가는 길목에 있는 곳에서 4개를 100 밧트에 사 와서 먹었다. 그런데 마사지까지 받고 나니 점점 어깨와 등이 너무 따가워졌다. 정말 비상이다. 남은 알로에와 오늘 사온 알로에 수딩까지 잔뜩 바르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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