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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환빈 Apr 07. 2024

3분상식| 성경의 '약속의 땅'이 팔레스타인이죠? 땡.

팔레스타인 지명 총정리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을 욕심내는 이유가 뭘까요? 세간에는 신으로부터 약속받은 땅이라서 그런 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아셨나요?


성경에서 약속의 땅은 여러 번 나오지만 그때그때 위치가 달라집니다. 유대 민족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아브라함은 처음에 “애굽강에서부터 그 큰 강 유프라테스까지”(창 15:18)를 약속받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에는 “네가 거류하는 이 땅 곧 가나안 온 땅을 주어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한다는 계시를 받았습니다.(창 17:8). 가나안은 오늘날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을 대략적으로 아우르는 역사적 지명으로, 애굽강에서 유프라테스강보다 현저히 적습니다.


그로부터 기나긴 세월이 흘러 모세는 3가지 경계를 약속받습니다. 처음에는 광야에서 유프라테스강까지 이르는 넓은 지역을, 그 뒤에는 가나안을, 그러고 나선 다시 광야에서 유프라테스강까지를 약속받았습니다.

1. “홍해에서부터 블레셋(Peleshet) 바다까지, 광야에서부터 (유프라테스) 강까지”(출 23:31)

2. “너희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때에 그 땅은 너희의 기업이 되리니"(민 34:2)

3. “광야에서부터 레바논까지와 유프라테스강에서부터 서해”(신 11:24)


성경의 민수기 편은 모세가 약속받은 가나안 땅의 경계를 비교적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는 역사적 가나안의 범위와 유사하고, 유프라테스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후 수백 년 뒤에는 에스겔(Ezekiel)이 신으로부터 “내가 옛적에 내 손을 들어 맹세하여 이 땅을 너희 조상들에게 주겠다고 하였나니”라는 계시와 함께 경계를 설명받는데, 가나안과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른 새로운 경계였습니다.(겔 47:13-20)

지도 : 초록색 표시가 민수기 편에서 말하는 가나안을 대략적으로 추정한 경계입니다. 역사적 지명으로서의 가나안의 정확한 경계는 알 수 없으나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약속의 땅'의 경계는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약속의 땅이 어디라고 말하지는 못합니다. 세부적인 경계선이 주어진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이스라엘 건국을 주도한 시온주의자들(=유대인 민족주의자)은 팔레스타인이 약속의 땅이라는 이유로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애당초 그들은 세속주의자였기 때문에 약속의 땅을 믿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이는 현대 이스라엘의 유대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약속의 땅’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믿으려면 종교적으로 매우 신실해야 하는데 정작 이스라엘 유대인의 약 80%가 종교적이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통계청에 따르면 45%의 유대인이 세속적이고, 30% 이상이 유대교를 단지 전통적 문화로 간주합니다.


그럼 이스라엘은 무슨 권리로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걸까요? 시온주의자들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옹호하는 권리는 유대인들이 고대에 팔레스타인에서 살았다는 역사적 권리입니다. 다만, 이때 말하는 역사는 학자들이 연구해서 사실로 밝혀낸 고증적 역사가 아닌, 성경에 기록된 이야기를 뜻합니다. 성경학, 역사학, 고고학계에서는 이미 1970-80년대부터 성경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확고하게 정설로 세웠습니다만, 이스라엘은 이를 악물고 모른 척합니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성경에서조차 팔레스타인 전체가 유대인들이 살았던 곳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솔로몬 시대를 제외하면 성경은 언제나 유대인들이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살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팔레스타인 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남부 사막지대가 제외됩니다. 더군다나, 단과 브엘세바는 북쪽과 남쪽의 경계를 제시할 뿐 동서를 추측할 수가 없습니다. 성경은 오늘날 가자지구 인근의 연안지대는 블레셋인들의 땅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다윗 이전까지는 예루살렘이 여부스 부족의 땅이었다고 나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권리를 운운할 때 정확한 '경계'를 논하지 않습니다. 모세의 출애굽 이후 12 부족이 고작 '수백 년간' 나눠 다스렸다는 땅 전체를 '이스라엘 땅'(=에레츠 이스라엘, 고대에 유대인들이 살았던 땅을 일컬음)이라 부르고 권리를 주장합니다.


한편, 팔레스타인 땅은 성경에서 유래된 개념이 아닌 역사적 지명입니다. 고대에 가자지구 인근의 연안은 블레셋인들의 이름을 따 블레셋(그리스어로는 필리스티아)이라 불렸는데, 이 지명이 세월이 흐르면서 팔레스타인 내륙 지방까지 아우르는 용어로 확장됩니다. 이후 기원후 2세기에 로마가 이를 행정구역명으로 채택해 팔라에스티나로 표기하면서 영어로는 팔레스타인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또한, 무슬림 국가들도 7세기부터 13세기까지 이 지역을 팔레스타인 군사행정군(Jund Filastin)으로 명명했습니다.


십자군의 침략 이후로 행정구역으로서의 팔레스타인은 사라집니다. 그러나 지명으로서의 팔레스타인은 계속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고, 1920년대 초반에 영국이 이 지역을 강제통치하면서 유럽 국가들과 국경선을 임의로 정합니다. 그게 바로 오늘날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이라고 불리는 경계입니다. 흥미롭게도, 팔레스타인 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브엘세바 이남의 사막지대가 '팔레스타인'이란 지명에 포함된 것은 이때가 처음입니다.


팔레스타인 땅은 오늘날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이스라엘 국토(앞서 말한 이스라엘 땅과는 다름)'로 3등분되어 있습니다. 앞의 두 지역은 팔레스타인 국토가 되었고요. 고작 이 좁은 땅 하나 가지고 너무 많은 지명이 존재하지요? 그렇지만 역사적 흐름만 이해하면 별 거 아닙니다.




마지막 총정리


약속의 땅 : 성경에서 신이 유대 민족에게 약속한 땅

이스라엘 땅 : 유대인들이 성경 시대에 살았다는 땅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 1920년대 초반에 유럽 국가들이 정한 경계선

팔레스타인 국토 :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이스라엘 국토 : 팔레스타인 땅에서 서안과 가자지구를 제외한 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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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2장 1절 - 유대인만의 팔레스타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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